[경일포럼]세월호기념관이 아니라 기억전시관을!
[경일포럼]세월호기념관이 아니라 기억전시관을!
  • 경남일보
  • 승인 2015.02.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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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명예총장)
이제 우리는 머리를 숙이고 마음으로 미안해하고 용서를 빌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정리하자는 게 아니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서, 기념관이 아니라 기억전시관을 준비해야 한다.

세월호가 인양되면 진도 팽목항에 전시하여 4월 16일에 일어난 아픔을 영원히 잊지 않는 기억전시관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형편없이 파손되었어도 실물 그대로 전시한다. 만약 인양작업이 순조롭지 않아서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 세월호와 같은 모양의 구조물을 만든다. 그리고 나서 배가 비스듬히 가라앉는 모습을 재현한다. 선장과 선원들이 제일 먼저 배를 탈출하기 위해 난간 옆에 서있는 모습, 배 안에는 “승객 여러분, 승무원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제자리에 대기하십시요” 라는 말이 스피커에서 반복하여 나오게 한다. 창문을 통하여 구조를 기다리며 손짓하는 승객들의 모습도 만든다. 고 이보미 양이 부른 <거위의 꿈>과 추모곡인 <천개의 바람> 튼다. 기억관에는 바닥이 기운 방, 캄캄한 방, 물이 차오르는 방이 있다.

서울도서관내 서울기록문화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은 기억, 추모, 참여, 치유 등 총 4가지 주제로 구성하였고 안산에 있는 세월호 기억저장소 1호관에 전시된 각종 기록물의 수집 모토는 슬픔, 분노, 희망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 기억전시관에는 세 가지가 전시되면 좋겠다. 첫 번째는 맹골바다에 수몰된 열일곱살의 어린 꿈이다. 아이들이 생전에 사용했던 교과서와 책가방, 학용품, 생활용품 그리고 커서 무엇이 되겠다는 꿈도 포함시킨다. 자신은 어른이 되어서 꼭 아빠를 비행기 태워 드리겠다는 생각, 마지막 순간에도 사랑을 이야기했던 문자메시지도 전시한다. 구조활동하신 분도 기억해야겠다. 물론 일반인 사망자에 관한 내용도 포함한다. 두 번째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살아도 같이, 죽어도 같이 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서로 묶은 연인, 일곱 살 오빠가 여섯 살 누이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는 모습, 친구에게 자기 구명조끼를 벗어준 고 정차웅 군, 아이들보다 겨우 여덟 살 많은 선생님이 애들 이름을 부르면서 구명조끼를 벗어주며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던 고 최해정 선생님, 학생들을 구하다가 끝내 나오지 못한 고 남윤철 선생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너희들을 먼저 내보내고 나서 나는 나중에 나갈거야 라고 이야기한 고 박지영 승무원님 그리고 현장에는 없었지만 마음으로 위로해 주신 분들도 기억해야겠다. 세 번째는 대형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과 진행과정에서 있었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전시해야 한다. 급회전의 이유, 평형수를 빼낸 일, 사망자 300여 명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적다고 말한 언론사 간부, 진도의 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가 기념사진을 찍은 정치인. 전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모습을 모두 전시해야 한다.

더 이상 피해가서는 안된다. 진실을 외면하는 자는 언젠가 사실을 왜곡하는 법이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똑같은 역사를 반복한다고 했다. 기억전시관에는 자기고백이 담겨 있어야 한다. 비록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이윤추구와 정치논리의 추한 모습이라 할지라도 전시해야 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전시해야 한다.

 
전점석 (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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