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겨울 까마귀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겨울 까마귀
  • 경남일보
  • 승인 2015.02.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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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2.13

 

<겨울 까마귀> -김 영



꽝꽝 언 산 어깨를

작은 발가락으로 감싸 안고

제가 가진 온기를 오롯이 건네며

조금만 더 힘내자

금방 봄 온다

제 몸으로 겨울을 마감하는

겨울 마침표, 한라산 까마귀



우리의 보편적 사고 속에서 까마귀는 오래도록 흉조로 꼽혀 왔다. 그러나 ‘삼국유사’ 여러 곳에 까마귀는 신의 뜻을 전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고조선을 기록하고 있는 ‘환단고기’의 ‘단군세기(檀君世紀)’편에도 ‘세발까마귀’(삼족오)에 대한 이야기가 신성하게 전해온다. 북유럽 신화에서 까마귀는 신들의 왕인 ‘오딘’의 상징으로서 지혜를 상징하는 새로 등장한다. 구약성서에는 까마귀가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 ‘엘리야(Elijah)’를 돕는 구절이 있다.

‘꽝꽝 언’ 저 시린 나뭇가지를 붙들고 앉은 까마귀의 모습이 흉하다기보다는 신성해 보인다. 입춘이 지났다. 저 까마귀의 예지대로 곧 봄이 닥칠 것이다. 올 봄은 지난 봄과 다를 것임을 믿어 보자. 슬픔도 아픔도 없이, 까마귀가 전하는 저 ‘온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환한 계절이 곧 밀려올 것임을 믿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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