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교육개혁, 또 헛발질인가
[경일시론]교육개혁, 또 헛발질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5.02.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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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교육개혁을 국가적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워 추진해온지 20년이 지났다. 1994년 2월 5일 김영삼 정부는 교육개혁을 공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교육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교육개혁위원회는 김대중 정부에서 ‘새교육공동체위원회’,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혁신위원회’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추진목표나 하는 일은 비슷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로 흡수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교육개혁을 ‘5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20세기 후반 격변의 시기에 세계적으로 ‘교육개혁’이란 화두가 등장했다. 그 시대 산업문명의 꽃을 피운 것은 바로 교육이었다. 그런데 지식정보화와 더불어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에 걸쳐 형성돼 온 공교육제도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업사회의 공교육 시스템은 표준화된 지식을 대량 전달해 산업노동자를 양산해 내는 대중교육제도였다. 공장에서 규격화된 제품을 만드는 소품종 대량생산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같이 다양성과 개성에 바탕을 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 정책에서 지향한 교육목표는 바로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이었고, 이러한 목표는 정권 차원을 넘어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문제는 그동안의 교육개혁이 과연 이러한 목표를 달성했느냐 하는 것이다.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식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자율적 학습능력을 지닌 다양한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가? 교육현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개혁을 20년 동안이나 추진해 왔는데도 그 성과가 없는 것은 정책 담당자들이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시대적 요구는 산업사회에서 형성된 대중교육 시스템을 지식정보사회에 부응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개혁은 평준화, 사교육, 교실붕괴, 학교격차, 대학입시 등 산업사회 공교육 시스템의 현상적인 문제들에만 집착해 왔다. 근원은 못 보고 현상에만 골몰하는 것은 뿌리가 말라 나뭇잎이 시들어 가는데 잎사귀에 물을 뿌리며 나무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아직도 입학사정관제,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교육현장의 각종 문제에 묻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시스템의 개혁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대의 교육개혁은 산업사회의 시각이 아니라 지식정보사회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료적 위계질서에 바탕을 둔 일률적인 하향식 시스템 대신 교육 자치와 교권 확립에 바탕을 둔 다양한 지식정보의 자율적 및 창조적 양식의 새로운 시스템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20세기적 시각과 가치관으로 미래세대를 가르칠 수는 없다. 교육개념을 시대에 맞게 새로 정립해야 한다. 이제는 교육의 주 내용이 지식의 전수가 아니다. 과거와 달리 급변하는 지식을 다 가르칠 수도 없고, 폭증하는 지식을 모두 기억할 수도 없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내고, 종합해 해석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담당자들은 미래사회의 변동추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대적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디지털 시대의 교육시스템을 설계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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