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의정칼럼]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 경남일보
  • 승인 2015.02.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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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경주 최부잣집은 12대 300년 동안을 만석꾼으로 내려온 집안이다. 단지 부자였을 뿐만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몸소 실천했다. “사방 백 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등의 가훈을 정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한 존경받는, 드문 부자이다.

최부잣집은 재산을 모으되 만석 이상은 모으지 말라는 철칙도 가지고 있었다. 혹시 논을 더 샀더라도 만석을 넘지 않으려면 소작료를 낮춰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소작인들은 최부잣집 논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작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최부자가 땅 사는 걸 배 아파하기는커녕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최부잣집의 재산은 일제 때 백산무역 주식회사를 설립해 독립운동 자금으로 대부분 쓰이고, 나머지는 광복 후 대구대학교(영남대 전신) 설립자금으로 들어가 지금은 집도 후손들 소유가 아니다. 비록 만석 재산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백년전쟁이 발발하자 영국과 인접해 있던 프랑스 항구도시 칼레는 영국군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칼레 주민들은 결사항전했지만 현대화된 영국군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투항해 오는 칼레 주민들에게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항복조건을 내건다. “만일 칼레의 지도자 중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내놓게 된다면 이곳 시민 모두의 목숨은 살려 주겠다.” 이때 성인 피에르, 칼레의 갑부 생피에르를 비롯한 고위층 인사 6명이 자원한다. 이에 에드워드 국왕은 마음을 바꿔 6명을 방면했고, 그들은 칼레의 영웅이 된다.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유래다.

원래 노블레스(nobless)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oblige)는 ‘달걀의 노른자’를 의미한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닭의 사명이 자기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 지도층이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크라테스는 부유한 사람이 그 부를 자랑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가 그 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알기 전에는 그를 칭찬하지 말라고 했다.

필자도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다’라는 아베 피에르 신부의 금언을 가슴에 새기고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험에서 구해낸다는 의미의 순수 민간단체 민간사회안전망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해마다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작은 정성으로 세상에 온기를 채우자는 뜻에 동참한 후원자들의 온정이 지난 15년을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가난한 이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이웃 사랑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즈음, 작은 온정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베풀어 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아랫목의 소중함을 안다면 가까운 주변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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