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도로공사 진주영업소
[현장에 가다]도로공사 진주영업소
  • 임명진
  • 승인 2015.02.17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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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 맞는 고향미소' 지영민 요금징수원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고향으로 향하는 가슴은 설레인다. 누구는 벌써 고향 마을에 당도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 뒤늦게 귀성행렬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장시간을 차로 달려 지친 몸을 이끌고 고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갑게 맞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0.5평 남짓의 좁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공간. 그 안에서 친절한 미소로 운전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요금징수원을 만났다.

 

▲ 지영민


한국도로공사 진주영업소에 근무하는 지영민(45·여)씨. 그녀는 경력 10년 차의 베테랑 요금 징수원이다.

전업주부인 그녀가 지인의 소개로 30대 중반의 나이에 시작한 일이 어느덧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톨게이트 요금징수원은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에 속한다.

진주영업소에는 영민씨를 포함해 24명의 요금징수원들이 4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진주의 관문인 톨게이트에 근무하는 만큼 ‘진주의 미소’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에도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차량이 톨게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10초 남짓.

그 짧은 시간에 요금징수원을 웃고 울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사건이 벌어진다. 뭐니해도 요금징수원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고객과의 문제다.

하루에도 수천대의 차량을 맞다보면 별의별 고객도 많다.

주된 사항은 주로 요금에 관한 것이다. 하이패스 장착 차량이 늘면서 오히려 이런 분쟁은 더 골치 아픈 일이다.

카드나 단말기 장착 미숙으로 인한 결제 오작동이 대표적인데 현장에서 즉시 해결해 달라는 운전자를 만나면 이래저래 난감한 경우가 많다.

일단 ‘무조건 네가 잘못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니 현장 사무소로 가서 해결하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무조건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지르는 고객을 만나면 그야말로 진이 다 빠진다.

차분히 설명을 하고 나면 알아듣고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하는 고객은 그래도 양반축에 속한다.

가끔 깜빡하고 지갑을 가져오지 않아 난감해하는 고객은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통행료 수납과정에 미납부분이 발생하면 절로 힘이 빠진다.

안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 가을 쯤 무렵이었다. 큰 화물차가 톨게이트로 들어섰다. 헌데 운전자의 안색이 이상했다. 말을 건네도 대답하기 조차 불편해 하는 운전자를 보고 심각하다 여긴 영민씨는 즉시 119응급차량을 불러 응급조치를 했다.

이틀 뒤 그 운전자는 부인과 함께 사무실을 찾아 “너무 고마웠다”며 영민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별의별 고객을 만나도 요금징수원들은 늘 웃으며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먼저 고객에게 건넨다. 혹 앞 차량이 잔돈을 찾느라 시간을 지체할 때면 뒷차 운전자에게 ‘시간을 지체해 드려 죄송합니다’는 사과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영민씨도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 생각도 몇 번이나 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한 것이 10년이 됐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먼저 ‘수고하신다’고 인사를 건네는 고객을 만나면 절로 힘이 난다.

영민씨는 “설 연휴 때 밝은 표정으로 톨게이트를 지나가는 분들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며 “우리가 진주를 대표하는 관문인 만큼 밝은 미소로 고향을 찾는 분들을 맞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주영업소는 설연휴 기간을 맞아 특별근무에 들어간다. 작년 설 연휴기간에 진주톨게이트를 빠져나간 차량은 7만 2876대. 진입 차량도 거의 비슷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연휴가 조금 길어 통행량이 조금 더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톨게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몇 초. 그 짧은 시간에 ‘수고하신다’는 인사의 말을 먼저 건네보면 어떨까. 그러면 조금은 더 따듯한 설 연휴가 되지는 않을까.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 진주톨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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