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꼼수 증세와 순막구언
[경일포럼]꼼수 증세와 순막구언
  • 경남일보
  • 승인 2015.02.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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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박 대통령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세수부족으로 증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박 대통령은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히 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하지만 국민건강을 담보로 담뱃값을 큰 폭으로 인상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저가담배 도입방안을 내놓으면서 연말정산 파동과 함께 현 정부의 세금 정책이 ‘꼼수 증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설 연휴 내내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문제는 ‘증세 없는 복지’의 실현이다. 국민의 49.4%는 복지를 위하여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없다’고 한다. 세금을 내겠다는 비율은 39.2%에 불과하여 세금인상에는 57.9%가 반대하는 것으로 한 조사에서 나왔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증세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및 노인 기초연금 등에 소요되는 복지재정은 2012년에 14조원에서 올해 27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이에 필요한 재원인 세수확보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출 구조조정 및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하여 129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2013년 실제 징수액은 15조원이나 부족하였으며, 작년에도 10조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로 인하여 2013년 8조5000억 원, 2014년 11조1000억 원의 세수 부족으로 적자누적은 눈덩이처럼 쌓일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하여 먼저 복지정책 방향의 방향 선회이다. 대부분의 국민과 전문가들은 복지지원 대상을 사각지대에 방치된 빈곤층을 1순위로 꼽았으며, 2순위로 영·유아 보육을 꼽는다는 조사결과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일반 국민은 선택과 집중을 원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 증세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솔직히 동의를 구하여 세수증대를 위한 세제를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 먼저 세수확보를 위하여 간접세 위주에서 직접세 중심의 조세구조로 개편하고 과표구간을 세분화하여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조세부담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직접세 비중이 70%를 차지하나 우리나라는 간접세비율이 55%수준에 있다. 우리가 구입하는 물건 값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는 결국 ‘보편적 납세’로 부유한 사람이나 빈곤층이나 똑같이 납부하는 세금에는 모순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를 포함한 부유세(사치세)의 인상은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의 인상은 기업투자 저해로 경기침체를 유발하여 세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또한 사치세는 일반적으로 수요가 탄력적이므로 부유한 소비자의 부담은 작고, 생산자 부담이 커져 결국 서민들에 전가된다는 실증적 경험에 미국은 이미 1993년에 폐지한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저세금 저복지’냐 아니면 ‘고세금 고복지’냐를 선택할 문제이지 세금 안 늘리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함으로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대대적인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일반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이나 말하고자 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건의하게 하라며 ‘순막구언’를 말하면서 백성과의 소통을 강조하였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바른 길로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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