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을 맞이하여
[경일포럼]‘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을 맞이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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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3월 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이다. 유엔은 다양한 생물종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을 정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야생 동·식물과 조화롭게 살아왔다. 삼국유사에 마늘과 쑥을 먹고 환생한 곰과 환웅이 결혼해서 단군왕검이 태어났다고 하니 곰은 우리의 어머니가 아닌가. 우리는 이 이야기를 5000년이 넘는 동안 들었고, 지금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한다는 이야기, 토끼 간을 얻으려는 별주부, 박 씨를 물어다 준 제비 등 동물이 빠진 옛날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동물이나 식물로부터 먹을 것과 옷뿐만 아니라 집 짓는 재료, 치료제까지 얻었다. 현대의학도 마찬가지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약재이고,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이라는 열매에서 추출했다. 의약품의 46%는 생물자원을 원료로 해 만들어진 것이다. 야생 동·식물이 우리를 살리는 셈이다. 동·식물들은 과학적인 영감을 주기도 한다. 거미줄은 나일론보다 2배나 탄력성이 크고 방수기능이 있어 항공·우주·군사·바이오 등 여러 첨단분야에 활용성이 크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는 그 순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잃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다가온다. 최근 들어 야생 동·식물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제5차 지구환경전망(UNEP· 2012년)은 척추동물 개체군이 1970년 이래 평균 30%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제4차 생물다양성 전망보고서(UNEP·2014)는 동남아지역 산호초의 95%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언급했다. 하나의 생물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생물종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유전적 가치의 상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인류에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치료하는 유전자가 사라진 생물종에만 있다면, 우리 인류도 사라진 생물종과 함께 소멸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생물을 살리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2004년부터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우, 산양, 따오기, 황새 등 여러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복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만 지난 10여년 간 156억원을 투입해 36마리를 자연에 방사했다. 곰과 같은 포식동물이 종을 보전하며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개체 수는 50마리다. 이처럼 한 번 멸종에 처한 생물을 복원하는 것은 지난하고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일이다.

곰이나 여우가 복원된다는 것은 식물에서 대형동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단순한 의미를 뛰어넘는다. 우리의 신화와 언어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이 회복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 곰이 백두대간을 따라 금강산에 올라가고, 백두산 호랑이가 설악산에 나타나는 날을 상상해 보자. 마하트마 간디가 언급한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정부는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에 즈음해 야생 동·식물을 보전하는 일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특히 3월은 동·식물을 기념하는 달을 넘어 우리 모두가 동·식물과 동반자가 되는 한 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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