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생도 상여금으로 시작된 후배사랑
육사생도 상여금으로 시작된 후배사랑
  • 정만석
  • 승인 2015.03.0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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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삼진중 출신 이윤규씨 40년째 장학금 지급
40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매년 개인 돈으로 모교 후배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각별한 후배 사랑이 알려져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삼진중학교 출신 이윤규(59) 씨.

삼진중학교(22회)를 졸업한 이 씨는 1976년 육군사관학교(34기) 생도 3학년 때 3개월마다 상여금으로 받은 5천600원을 모교 졸업생에게 장학금으로 처음 지급했다.

당시 학교에 3개월 단위로 내는 학자금이 5000원이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 달라며 1년간 상여금을 보내니 이듬해 학교 측에서 연락이 와 장학금에 이름을 붙이라고 요구해왔다.

고민 끝에 육사 생도와 정신이 맞닿은 신라시대 화랑의 이름을 따 ‘화랑장학금’이라고 명명했다.

이 씨가 ‘화랑장학금’을 생각한 계기는 소박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한 장애 급우가 학자금을 못 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학생회가 3천원을 모아 전달해 이 급우가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게 된 것이다.

이을 감명깊게 생각해 오던 중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장학금 지급을 시작했다.

그 때 이 씨는 학생회 회장으로 모금을 주도했다.

마산고(33회)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소위로 임관한 후 소령 때까지 계속 상여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냈다.

소위 상여금은 8만3000원으로 월급과 같았다.

중령으로 진급한 후에는 같은 재단의 삼진고등학교 학생 2명에게도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곤 했다.

올해 삼진중학교와 삼진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어김없이 장학금을 전달했다.

중학생 2명과 고등학생 2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지급했다.

40년 간 지급한 장학금의 실제 금액은 총 8000만원에 달해 돈 가치로 환산하면 3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은 12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해 각계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 졸업생은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 대령으로 전역한 이 씨는 군 생활에서도 적잖은 업적을 남겼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2005년 대구에서 여성예비군 연대를 창설하고 휴일 예비군 훈련제도를 도입했다.

동거 중인 병사 부부 7쌍에 대해 민·관·군 합동의 결혼식을 주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역 후 국방대학교 합동참모대학에서 2015년 1월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후배를 양성했다.

지금은 부경대와 경남대에 출강해 강의하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열악한 환경의 농촌 학생들에게 돈이 없어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 큰 보람을 느낀다”며 “살아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2일 밝혔다.

이은수기자·일부연합

 
40년 간 장학금 지급으로 후배 사랑을 실천하는 이윤규 씨. 지난달 13일 이 씨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모교인 삼진중학교 졸업식에서 후배에게 장학 증서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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