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빅데이터와 프라이버시 보호
[경일포럼]빅데이터와 프라이버시 보호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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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최근에 빅데이터(Big data)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빅데이터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가치 있는 정보로 바꾸는 기술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가 미국 국세청을 설득해 특정 도시지역의 학교에 다녔던 학생 수백만 명의 정보를 공유해 학생들의 학급 배정 관련 정보를 기록하고 있는 해당 학군의 데이터세트와 결합했다. 이를 통해 좋은 선생님은, 학생이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과 졸업 후의 수입 및 심지어 보람 있는 노년생활을 할 가능성에까지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석해 냈다. 이러한 형태로 현재 빅데이터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사회와 인류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차세대 ICT산업의 핵심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인 IT문화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는 예민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계속 더 커지고 있는 빅데이터 역시 좋은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악용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버드의 경제학자처럼 유능한 학자들이 제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국세청이 세금신고서를 그 학자들과 공유하기를 바라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작년 12월 23일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업자가 지켜야 할 기술적ㆍ절차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빅데이터 처리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우, 이를 다른 정보로 대체하거나 결합해도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도록 하는 ‘비식별화’ 조치가 선행된다면 수집·활용이 가능하도록 해 개인정보 보호법제상 동의의 엄격한 요건을 상당부분 완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몇 가지 보완적 규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현재의 개인정보 보호법제 속에서 인터넷 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빅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그 특성상 사전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불가피성을 감안해,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화두를 지침이라는 형식을 취해 선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그 제정의 의미로 부여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동의를 요하는 개인정보의 범위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부처 자체적으로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기보다는 법률 등의 해석을 더욱 구체화하는 행정지도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기술적 발전의 역동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은 입법이라는 형식상 다소 경직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은 법률상 명문의 규정과 원칙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의 가이드라인이 개인정보 보호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개인정보 보호 법률의 해석상 한계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전 국가·사회적 차원에서의 법률 제·개정 논의로 확장돼 논의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즉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에 대해 권한을 가진 입법자들의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동의요건의 문제는 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통제권이 보장되는 헌법상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실현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입법적 합의가 요구된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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