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졸업과 입학, 또 다른 목표를 향한 출발점
[아침논단]졸업과 입학, 또 다른 목표를 향한 출발점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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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해마다 졸업ㆍ입학철이 되면 남다른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매스컴을 탄다. 지난 2월 25일 열린 경상대 학위수여식에서는 정년퇴임을 훌쩍 넘긴 일흔아홉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 있었는가 하면, 스물여덟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도 있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51년이었다.

올해 경상대 입학생 중에도 남다른 경력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게임서버를 직접 제작하고 구동시키며 2000여 명의 회원을 관리한 경험이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 필터링 S/W 그린 학생연구원 활동을 하고 있는 준비된 IT 전문가이다. 앞으로 발전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옛날에는 “배움에는 다 때가 있다”고 했지만 다양한 정보가 생성되고 수많은 직업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미래 사회에서 이 말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배움의 때이다.”라고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여기서 ‘때로 익힌다’는 것은 배우고 익히기를 멈추지 말고 끊임없이 되풀이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배움의 길에서 경상대학교의 교훈인 ‘개척’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움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배우고 때로 익히는’ 일과 멀어져 버린다. 이런 현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오로지 대학 입학을 목표로 20년 가까이 옆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으로만 달려오다 보니 지칠 대로 지친 것이다. 힘겨운 고 3년 과정을 겨우 견뎌낸 신입생들은 해방감과 자율성에 심신을 내맡긴 채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겨우 정신을 차려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면 공부와 완전히 담을 쌓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상대의 교육목표는 ‘禮智學을 겸비한 개척인재 양성’이다. 여기서 ‘學’은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뜻을 뛰어넘는다. 학교 다닐 때 전공공부와 폭넓은 교양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졸업한 뒤에도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라는 말이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목표의 성취는 또 다른 목표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올린 뒤 온 국민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나는 아직 목이 마르다”고 말했다. 모두가 월드컵 본선 첫 승이 목표였을 때 히딩크 감독의 목표는 4강이었던 것이다.

기나긴 시간 각고의 노력으로 대학 입학에 성공한 모든 신입생과 사회로 진출한 모든 졸업생이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대학 신입생의 인생 목표는 대학 자체가 아니었고, 사회 초년생의 목표는 취업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너머에 있는,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자기발전의 원동력을 끌어내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 나는 자기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면 경상대 입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세계적인 인재로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 3월은, 배움에서 멀어지면 인생에서의 내년 봄을 기약할 수 없다고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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