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밥 두 그릇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밥 두 그릇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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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밥 두 그릇> -김영빈


옥수수 알갱이와 따끈한 조밥
봄소식에 굶주린 사람들
요기라도 좀 하라고
아침에 지저귀던 박새가
창 밖에 놓고 간 밥 두 그릇


겨우내 날짐승들 먹고살라고 일부러 남기는 몇 알의 까치밥들은 따사로운 시골 풍경의 한 쪽이었다. 그러나 점점 기계화되고 영농이 현대화되면서 꼭대기 감알조차도 깡그리 거두고 마는 자본 우선의 삭막함이 시골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대로 골목을 함께 끼고 서로의 아이들을 길러왔던 사람들이 아이들 다 떠난 텅 빈 골목에서 이제는 이웃의 담이 자신의 땅을 넘어 왔다고, 연일 측량장비를 불러 땅 따먹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게 획득한 몇 평의 땅값은 다시 도회지 자녀들의 학비가 되고, 집값이 되고, 혼수비용이 될 것이다. 그 아귀다툼의 골목길 담장 위로 자연은 여전히 ‘희망’을 이야기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이 저 꽃밥 몇 그릇으로 올 봄엔 좀 환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제 손으로 제 안에 담장을 허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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