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인성교육 잘못, 예의가 죽어가고 있다
[경일시론]인성교육 잘못, 예의가 죽어가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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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살다보니 참 별별 일과 법이 다 있고, 위아래가 없고, 어른들도 불손한 아이들을 피한다. 40여년 전만 해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이든 사람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피우다가도 어른들이 보이면 숨기는 예의(禮儀)를 지켰다. 지금은 중·고등학생들까지도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피우는 사례가 다반사다. 작금의 우리네 실상이다.

교육은 정말 이 시대의 애물단지처럼 된 듯하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된 것도 다 어려웠던 시절 받았던 교육의 덕분이다. 왜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 학교에서 배우는 암기식·주입식 교육의 잘못도 크다. 인간의 발달단계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담에 ‘세 살적 버릇이 여든 간다’고 했다. 오늘날의 교육은 어떤가. 오로지 지식교육 위주다. 자신의 인격수양이나 타인을 위한 배려, 좋은 인간, 세계시민 교육 등을 담은 인성(人性)교육은 애당초부터 없었다.

별별 일·법 다 있고, 위아래 없다

지난달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교육여론조사 2014’ 결과 정부 교육정책 신뢰도에 대해 불과 8.7%만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배웠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때 쯤인가 ‘아는 게 병이다’라는 것도 배웠다. 정말 공부해서 배운 지식이 사는데 얼마나 힘이 되는 것인지,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유독 창조니, 혁신이니 하는 말들이 요란하다.

인성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기본자질과 태도, 품성이다. 타고난 기질도 있겠지만, 사회적·환경적 요구에 의하여 개발되고 사회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개인의 가치관·인생관 형성의 기본이 되며 도덕성·사회성으로 나타난다. 최근 반인륜적 사건이 언론에 자주 보도된다. 힘 있는 인사의 갑(甲)질,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모·자식·아내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보통사람의 사고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주어지면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인성의 기본은 예절이다. 바른 행동은 예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직원을 아랫사람 다루듯 하는 갑(甲)질, 보육원·어린이집 폭행, 군부대 성폭력 등 이런 사태는 계산될 수 있는 ‘결과’만 중시하고 인성은 등한시한 입시위주 교육의 필연적 결과다.

공자(孔子)는 공부의 목표를 수기안인(修己安人)에 두었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바르게 닦고,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공부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모와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풍토는 치열한 경쟁을 낳고 인간성은 상실되게 된다. 이젠 ‘지식보다 지혜를 기르는 교육’, ‘경쟁보다 협력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 ‘순종적 인간이 아닌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인성교육’이 시급하다.

아랫돌 빼 윗돌괴기식 ‘교육쇼’로 갈팡질팡

그간 무슨 사안이 터지면 인성교육을 하는 척했다. 아랫돌 빼 윗돌괴기식의 ‘교육쇼’로 갈팡질팡의 인성교육 잘못으로 예의가 죽어가고 있다. 인성교육 실천 범국민운동을 전개해 학교 차원의 ‘학사모일체(學師母一體·학생-교사-학부모의 일체감)운동’과 ‘군사모일체(君師母一體·국가-학교-어머니가 함께)운동이 필요하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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