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금연정책,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아침논단]금연정책,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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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하여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려 담뱃값을 대폭 인상한 지 두 달 반이 지난 지금 하락했던 담배매출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실패한 금연정책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쌓여가고 있다.

흡연인구를 줄여 국민건강을 증진시키자는 정부의 정책은 마땅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하여 발생할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효과적인 비가격정책이 없이 서둘러서 담뱃값을 인상하였다. 담뱃값 인상 정책이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꼼수증세’ 혹은 ‘우회증세’가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담배회사와 담배유통소매점의 수익만을 챙겨주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해마다 신년 초에는 금연결심을 하는 흡연자들이 많기 때문에 1월의 담배매출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올해 1월의 담배매출이 반 토막으로 급감했던 원인은 많은 흡연자들의 금연결심에도 있겠지만, 가격인상 이전에 미리 한 두 달치 분량의 담배를 사두는 사재기도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흡연자들만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니라 담배소매점들에서도 대량의 담배를 비축해 두었다가 지금까지도 인상 전 가격에 구입한 담배를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 한 갑에 붙은 세금명목의 2000원을 고스란히 담배회사와 담배소매점의 주머니로 넣어주는 꼴이다. 이미 출시된 제품에 대해서는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기존의 가격에 판매하고, 새로운 포장의 담배에 대해서만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그렇게 했다면 정부의 금연정책과 담뱃값 인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지금처럼 냉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지난 설 연휴를 전후로 정치권에서 불거진 저가담배 논란은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하여 늘어난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저가담배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세금을 깍아 주는 봉초담배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것이 정부의 금연정책에 역행하는 한심한 발상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단지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 놓았다. 그러나 담뱃값이 인상되기 이전에도 이미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의 저가담배에 대한 발상은 결국 정치적 포퓰리즘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증세가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건강을 위한 담뱃값 인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서민증세였다고 실토한 격이 되었다. 서민의 건강은 금연정책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인가? 여당과 야당이 그야말로 도찐개찐이다.

국민들은 담뱃값 인상이 증세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정부의 금연정책을 신뢰할 수 있다면 가격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금연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이 정부의 정책과 정치권을 불신하는 풍조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아침논단]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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