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간통죄 폐지 유감
[경일포럼] 간통죄 폐지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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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칼럼니스트)
지난 2월26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241조(간통)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함으로써 우리사회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간통은 위법행위로 이혼사유가 되고, 위자료 청구의 원인이 됐다. 20세기 들어서 간통죄를 폐지한 대부분의 일부일처제 국가에서는 혼인생활의 보호를 위해 ‘중혼죄(重婚罪)’를 두고 있다.

유럽은 노르웨이의 1927년 간통죄 폐지를 시작으로 독일은 1969년, 프랑스는 1975년에 간통죄를 폐지했다. 미국은 대다수의 주에서 간통을 비범죄화했다. 그러나 대만, 필리핀, 중동 국가에서는 간통이 범죄지만 이슬람권 국가를 제외하고는 실제 형사처벌하는 국가가 드물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변화와 개인 사생활을 형사처벌하는 게 더 이상 사회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3월 첫째주 전국 성인 1003명에게 이번 간통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3%는 잘못된 판결’, ‘34%는 잘된 판결’, ‘13%는 의견을 유보’했다고 한다.

설문조사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간통죄 폐지를 시기상조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세계는 문화나 풍속을 유지하기보다는 인간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삶의 형태, 즉 간통행위가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고,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강제할 수 없다는데 공감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간통죄가 폐지되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성도덕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과 간통죄를 폐지한 나라에서 성도덕이 문란해졌다거나 이혼증가 통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양립한다. 이제 간통을 해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이혼 과정에서도 달라지는 점은 없다. 불륜이 늘어나 가정해체가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간통죄 자체가 이미 사문화돼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의 간통죄는 팔조금법에서부터 본다면 반만년 만에 폐지된 셈이다. 헌재가 판결문에서 사생활보호라는 기본권 보장과 시대가 변했고 결혼과 성에 대한 의식도 바뀌었다고 했으나, 동서양의 문화와 도덕적 잣대가 상이한 측면과 지금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부 성도덕 문란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이번 기회에 성에 대한 국민의식의 한 단계 상승으로 선진 세계화에 발맞추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2008년 헌재가 간통죄 합헌 결정시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보다는 성도덕과 혼인·가족제도 유지를 우선시했지만, 7년 만의 정반대 결정은 국민의식도 변화돼야만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간통죄를 폐지한 국가에서 중혼죄(重婚罪)를 유지한 점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또한 간통행위로 인한 가족해체 사태에서 손해배상, 재산분할청구, 자녀양육 등에 관한 재판실무 관행을 개선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제도보강도 필요하다. 추후 징벌적 위자료(현재 5000만원 수준)도 증액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간통죄도 시기상조지만 시대상황과 필요에 따라서 폐지돼야 한다. 다만, 가족이나 가정은 사회와 국가구성의 최소단위로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 없이 건강한 사회와 부강한 복지국가는 있을 수 없다. 헌재가 ‘선량한 성도덕과 혼인·가족제도 유지보다는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손을 들어준 이상, 성에 대한 국민의식의 선진화와 성적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강태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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