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쉼(休)도 경쟁력이다
[의정칼럼]쉼(休)도 경쟁력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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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이상인 창원시의원


설 연휴가 끝나고 우리 주변에서 명절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특히 여성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의 고정된 성역할 입장에 근거해 음식 만들기, 상차림, 상 치우는 일 등 명절을 보내며 발생하는 대부분의 가사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남성들 또한 장시간 운전으로 어깨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만성피로로 이어져 긴 휴가가 자칫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바캉스의 원조 프랑스 사람들의 휴가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에게 휴일은 노는 날보다 쉰다는 개념이 강하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녀노소 인파들이다. 파리 시청에서는 멀리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세느강변 한켠에 한 달여 간 인공해변을 설치하기도 한다. 파리 시민들은 불로뉴 숲이나 뱅센 숲, 그리고 도심과 동네 곳곳에 마련돼 있는 공원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또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각자 개성껏 쉼(休)을 즐긴다.

프랑스의 가장 보편적인 여가문화는 자전거이다. 이에 발맞춰 파리 시는 2007년 7월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 벨리브(Velib)를 운영중이다. 이보다 한 해 늦은 2008년 10월 녹색도시 창원에서도 전국 최초의 ‘누비자’ 대여서비스를 시행중이다. 프랑스인들의 여가문화는 휴가철 차량행렬에서 잘 나타나 있다. 차 뒤편 혹은 지붕에 서너 대의 자전거를 실고 고속도로를 지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족이 숲 향기를 가르며 그려내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어린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이 학원 저 학원 옮겨 다니느라 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아이들, 텅 빈 놀이터, 함께 놀 친구를 찾아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늦은 밤 파김치가 돼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너무 이른 나이부터 극심한 경쟁에 매몰돼 버린 건 아닌지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라고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중·노년이 될 때쯤은 90∼100세쯤으로 늘어날 것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적자 가계부를 감내하면서 쉴 틈 없이 이 학원 저 학원 보내며 머릿속에 지식만 우겨 넣는 것이 옳은 일일까. 80~90년을 건강하게 버틸 기초체력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주는 것,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느끼고 가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하는 것, 난사람·든사람·된사람 중 어떤 인성을 지닌 아이로 키워낼지는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주말마다 엄마·아빠와 함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모님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과 집에서 책 한권 보지 않는 부모에 의해 학원만을 전전하며 자란 아이들 중 긴 인생에서 어느 쪽이 더 강한 경쟁력을 길러주는 것일지 자식을 둔 부모들이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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