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대학사회 내 양성평등지수를 높이자
[경일시론]대학사회 내 양성평등지수를 높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5.03.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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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신학기라 학교에 새로운 기운이 넘친다. 대학 새내기들을 통해 나오는 활력이 바로 그 원동력이다. 바야흐로 만물이 피어나고 약동하는 봄과 함께 대학에도 봄 향기가 흩날리고, 학생들의 젊음의 향기가 어우러져 대학을 활짝 꽃피우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싱그러운 봄기운과 함께 희망찬 대학생활을 기대하는 신입생들에게 학과 또는 소속대학 내 선배들이 여러 가지 성희롱 행태를 선보여 새내기들에게 학기 초부터 실망을 주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대학가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희롱 행태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최근 서울지역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에서 신입생 숙소명칭에 ‘아이 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으로 이름을 붙이거나 여학생들에게 섹시댄스를 추도록 규칙을 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신입생 환영행사가 성희롱으로 얼룩지고 있다. 오죽하면 중앙지 신문 사설의 제목으로 ‘대학 캠퍼스 내 성희롱 용인할 수준 넘었다’라고 실렸을 정도이겠는가.

그동안 대학가의 성희롱 문제는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추행을 일삼는 ‘권력형 성범죄’가 가장 큰 문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각종 신입생 관련 행사에서 학생 간 성희롱·성추행 수위가 도를 넘는 형태를 보여 대학생들의 성희롱·성추행 의식에 경각심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이러한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일탈행위는 개인적 일탈이 아닌 학과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공식행사에서 벌어지는 단체일탈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하겠다.

대학에서는 신입생 행사뿐만 아니라 축제 때 또한 주점 이름에 성희롱을 암시하는 이름들이 있는가 하면 신체적 접촉을 유도하거나 언어적 성희롱으로 연결돼 있는 게임 등 성희롱 행태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돼 있는 경향이다. 대학선배들의 이러한 성희롱·성추행 행태는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학생 모두에게 이러한 점을 분명히 각인시켜 시정돼야 할 사안이다.

특히 성희롱·성추행과 관련해 요즘 대학가에서 의무적으로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을 시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분별한 성희롱 게임행태가 일어나는 것은 대학사회에서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이제부터라도 대학생들에게 직접 초점을 맞춰 후배나 이성관계에 있어 올바르게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가르쳐야 하겠다. 서로에 대한 인격을 존중해 주고 배려해 준다면 이와 같은 성희롱·성추행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결국 대학 내 양성평등지수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지난 3월 8일은 제107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올해 여성의 날을 맞이해 이코노미스트지가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국 28개국 중에서 꼴찌였다. OECD 대상국 전체평균이 60점인데 우리나라는 28점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사회적 동반자가 돼야 하는 이유는 국가차원에서 더 절실한데, 최근 통계 데이터에 의하면 양성평등지수가 높을수록 국가 경쟁력과 국민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우리사회가 양성평등지수가 높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 모두가 성희롱·성추행 예방교육에 대한 각성이 선행돼야 하겠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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