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여론조사
[경일시론]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여론조사
  • 경남일보
  • 승인 2015.03.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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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이 말은 영국 전 총리 디즈레일리(Disraeli)가 한 말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한 말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누가 이 말을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통계를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심한 거짓말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물론 통계를 빙자한 숫자놀음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통계에 대한 독설은 이뿐만 아니다. 영국 학자 앤드루 랭은 ‘사람들은 마치 비틀거리는 술주정꾼이 가로등을 이용하듯 통계를 쓴다’고 비판했다. 비틀거리는 몸을 가로등에 의지하듯이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통계는 연구나 정책분야 외에 일상생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여러 현상을 보다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설명하고 예언하는데도 통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세밀한 계획과 과학적 방법에 따라 나온 결과는 오차범위 내에서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문제는 통계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있다. 통계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도 통계를 특정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조작하고 왜곡하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통계는 여론조사다. 민주주의 사회는 소위 민심이라고 말하는 여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사로 후보를 정하는 일은 일반화됐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차기 대권주자들의 지지도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조사된다. 중요한 정책결정 사항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기관들이 앞다퉈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는 왜곡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 가장 큰 오류는 잘못된 표집(sampling)을 선정했을 경우다. 여론조사는 선발된 소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수가 전제를 대표할 수 있어야만 결과도 정확해진다.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와 조지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좋은 예이다. 다이제스트는 1000만 명에게 엽서를 보내 237만 명으로부터 회신을 받아 분석했다. 그리고 랜던 후보가 57%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다고 예측했다. 반면 갤럽은 단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루스벨트 후보가 이긴다고 예측했다. 투표결과는 62%의 압도적 지지로 루즈벨트가 당선됐다. 다이제스트의 오류는 조사대상을 자동차 소유자, 대학동창회 명부 등 특정계층에 집중됐던 탓이었다.

여론조사 문구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02년 노무현과 정몽준 대선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를 되돌아보면 된다. 노 후보 측은 ‘이회창 후보에 대항할 후보’라는 문구를 주장했고, 정 후보 측은 ‘이회창 후보에 경쟁력이 있는 후보’라는 문구를 써야 한다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여론전문가들은 노 후보 측에 유리한 문구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고 평가했다.

최근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을 놓고 여러 기관들의 여론조사가 있었다. 최근까지 조사한 결과 ‘무상급식 반대’가 높게 나온 경우가 3번, ‘무상급식 찬성’이 높게 나온 경우가 2번 있었다. 조금씩 다른 질문내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들쭉날쭉한 결과를 놓고 더 이상 따질 생각은 없다. 어차피 여론조사는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질문에 대한 여론이 궁금하다. ‘귀하께서는 무상급식 중단이 다음 선거를 위해 결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음 세대를 위해 결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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