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숲에서 이런 일은 삼가야
[경일포럼]숲에서 이런 일은 삼가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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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기대 교수)
필자는 오래전부터 숲에서 지켜야 할 일들이 있다고 말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숲길을 걸을 때 라디오나 저장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걷는 일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작지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이다. 본인이야 심심하기도 할 거며, 걷다 보면 노래도 들리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일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것이다. 남이야 듣건 말건 기분이 안 좋아지건 말건 말이다.

필자는 매주 도시 숲을 산보한다. 가까운 산이기도 하고 산보하기엔 적당한 거리라 즐겨 찾는데, 그때마다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약 20% 정도는 라디오나 녹음된 노래를 틀고 가는 사람들을 목격한다. 그들의 나이를 얼추 헤아려보면 40대를 넘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의외로 리시버를 꼽고 듣기 때문에 주변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 알 만한 분들이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이다. 아마도 노래를 듣다보면 본인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모르는 경우라 생각된다.

특히 요즘엔 새들이 봄을 맞아 벌레를 잡아먹거나 활동을 하느라 지저귀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뿐인가. 낙엽을 헤치고 바삭거리는 청설모나 꿩, 다른 작은 동물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바람에 나뭇잎과 가지 부딪는 소리는 귀를 상큼하게 해 주고, 머리를 맑게 하는데 좋은 소리다. 과학적으로는 이러한 숲의 자연음이 소음을 상쇄해 완화시키는 이런 효과를 ‘마스킹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노래를 틀고 걷는 분들 때문에 숲의 마스킹 효과는 누릴 수 없고 숲에까지 와서 소음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불쾌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굳이 필자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휴대전화 소리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전화를 하는 사람은 업무나 꼭 필요해서 하는 것이겠지만, 그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영화관이나 회의석상에서는 꼭 휴대전화를 꺼주거나 진동으로 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숲에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아울러 전화도 용건만 간단히 한다거나 작은 소리로 해야 한다.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니 이런 것들도 숲에서의 예의일 것이다.

도시 숲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그 수가 훨씬 늘어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숲이기에 그 어떤 곳보다도 지켜야 할 일들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일들은 알 만한 사람들이 잘 안 지키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아니면 몰라서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나만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새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에서다. 괜히 이야기해 봤자 다툼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음을 접했을 때 누구나 신경질이 난다. 어서 지나가 줬으면 싶을 뿐이다. 산길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그런 사람들로 인해 산에 가기 싫어진다면 그것은 모르는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것이다.

물론 가장 피해를 많이 받는 것은 숲이고 자연이며, 숲에 깃들어 사는 동물들이다. 산은 말이 없다고, 자연이 아파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 산림윤리 의식이 부족하고, 그런 의식이 몸에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그런 행동을 하는 분들께 가만히 말씀드려 주시기 바란다. 그런 행동들을 주변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재현 경남과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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