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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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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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디카시

 

 

<등>-안 성 덕





돌아가 식솔 앞에

쌀 한 말 부릴 수 없는 가장의

저 휜 등



빈 가방이 무겁다



가장이 짊어져 온 가족부양이라는 삶의 무게는 수렵 채취를 주된 경제활동으로 했던 선사시대 때까지로 거슬러 오른다. 아들에서 아비로, 한 사내의 생이 성장하고 저무는 동안, 다시 그 생 안에서 반복되는 아비들의 대물림. 가부장 사회에서 그 대물림은 한 가문의 존재와 번영을 담보하는 것이기에 아비들에게 부여된 권한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본의 시대, 여전히 가족부양의 대다수 책임이 아비들에게 지워져 있지만, 어미들의 사회활동과 가정 내 역할이 중요해진 요즘엔 아비들에게 부여된 과거의 절대적 권한은 시대착오적인 병폐일 뿐이다. 존재 자체로 인정받기보다는 둥글게 내려앉은 어깨 위의 ‘쌀 한 말’이나 저 ‘가방’ 안의 내용물로 평가받고 인정받는 시대. 가장의 한 생애가 저 ‘빈 가방’마냥 허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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