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아직도 먼 소액기부 활성화를 위하여
[경일포럼] 아직도 먼 소액기부 활성화를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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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으로 나누어지는데, 이중에서 정치후원금은 금전 기부를 통한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정치후원금 제도에 관한 가장 중요한 개혁으로는 2002년 대선 불법자금 비리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을 들 수 있다. 본 개정으로 고비용 정치구조의 개선 차원의 정치자금 규제가 대폭 강화되었고, 선거비용보전제도와 정당국고보조금제도를 통한 선거공영제와 함께 소액다수기부주의가 중요한 원칙으로 채택됐다.

소액다수기부주의란 금권정치와 결부되는 고액기부는 제한하고 다수 유권자에 의한 소액 기부로 정치자금을 조달하자는 것이다. 고액기부 제한을 위하여 중앙당 및 시ㆍ도당의 후원회를 폐지하고, 고액기부의 주요 공급자였던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였으며, 1억 2천만원이던 후원금 연간 기부한도를 2천만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또한 후원회에 일정금액 이상 기부한 자의 인적사항과 금액을 공개토록 했다.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후보자 후원회의 모금한도도 비선거 연도를 기준으로 종전 3억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과 정치자금에 관한 부정 방지라는 다소 상충될 수 있는 정치자금법의 두 핵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법 개정 후 정치후원금 기부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치후원금의 규모는 근래 소폭 감소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정당국고보조금의 경우 어느 정도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2004년 정치자금 개혁 당시의 전망과 달리 정치자금 조달이 정당 중심에서 정치인 개인 중심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후원금 총액 중 고액기부 비중은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소액다수 정치기부 활성화라는 당초의 목적과는 배치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근간으로 최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인·단체의 후원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법인·단체에게 1억원을 한도로 선관위를 통해 투명하게 기탁하도록 하면 이를 각 정당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배분하고, 그 자금을 향후 부활시키고자 하는 시·군·구당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허술한 후원금 관리로 인해 후원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항아리만 키울 수 있으며, 의원들 간 모금액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일률적인 상향은 후원금 양극화만 더 확산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치자금원의 기업 편중, 금권정치의 부활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여론이 여전히 강하며, 무엇보다 본(本)이라 할 수 있는 소액다수기부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행대로 유지를 한다면 소액기부 활성화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먼저 일반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정치기부를 할 수 있도록 기존 정치기부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확대ㆍ보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신용카드포인트 기부제도와 스마트폰 정치후원시스템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독일이나 미국에서처럼 정당국고보조금과 연계한 소액기부 인센티브 부여제도를 새로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부금에 대한 세제감면제도인 세액공제혜택, 신용카드 포인트 현금화 제도 등과 같은 기부자 이익의 측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건전한 소액다수기부가 늘어나려면 무엇보다도 유권자의 정치권에 대한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자금의 공개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정치인의 선거공약, 의정활동실적 등의 정보를 연계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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