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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37)<98>경남지역의 문인 등단 50주년 기록자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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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0  15: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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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홍은 부산에서 진주까지 와서 버스를 갈아타고 합천 해인사로 갔다. 1970년대 중반 필자가 본 바로는 그랬다. 진주에 내려서는 진주 봉곡동 로타리 언저리에 있던 동기 이경순 시인댁을 방문하여 차 한 잔 하고 선걸음으로 해인사 버스를 탔다. 가끔이지만 이경순 시인과 동행하기도 했다.

이주홍의 생가는 합천읍 금양리(사동)다. 합천읍이라 하지만 행정구역일 뿐이고 합천 주차장에서 해인사로 나가는 길목 아주 작은 마을 금양리다. 본채는 세면 건물이고 아래채는 반쪽이 우사와 헛간으로 되어 있다. 이주홍이 70년대에 고향 나들이를 할 때에는 고향의 생가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해인사 아래 해인상가 끝둥이에 있는 ‘홍도여관’을 목표로 작품 구상을 하러 갔던 것으로 보였다. 필자는 어쩌다 해인사에 가게 되면 해인상가 마을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이주홍의 ‘홍도여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일쑤였다. 그에 관해 시를 쓰기도 했다.

“오늘은 내가 그 걸음으로 해인상가 마을을/ 들어서서 언제나처럼 홍도여관 자리가 어디냐고 묻고 / 그 자리가 있다면 무슨 기운 같은 것이 있느냐고 물으려다/ 그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홍도여관이 어디 있었느냐가 중요하지 않고/그저 홍도여관 가듯이 해인사 또는 해인사 근처에 들면/ 향파 선생의 묵향 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선생이 뿔테 안경의 테를 고쳐 쓰듯이/ 나도 안경의 테를 한 번 고쳐 올린다”

필자에게는 그 홍도여관이 미지수이고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그래서 시 끝에다 다음과 같이 쓰기도 한 것이었다.“도대체 선생의 홍도여관에는 가야산 눈썹 같은/ 품계 높은 여주인이 살았을까/ 시원한 바람과 경계를 넘어오는 염불이 무시로 드나드는/ 대청마루가 있었을까”

70년대 중반쯤이었을 것이다. 한국문협 지방 순회문학강연 진주 행사에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 전광용과 나란히 이주홍이 강연에 나섰다. 전광용교수는 당시 소설 <꺼피딴 리>로 동인문학상을 받아 이름이 알려졌었고, 이주홍은 부산 수산대학 교수로 부산 경남권 중진 소설가로 명망이 높았다. 전광용은 <1950년대 전후 한국소설>에 대해 강연했고 이주홍은 <전후소설의 자리매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이 파한 후 만찬 자리를 최재호(삼현여중고 설립자) 시조시인이 마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만찬 자리에 참여한 진주의 문인 누군가가 전교수에게 ‘꺼삐탄 리“에 대해 물었고 꺼삐탄이란 군대의 ’대위‘를 뜻한다고 대답했고 이주홍 교수는 그 작품의 개요를 설명해 주었다. 의사 이인국은 일제때는 친일로, 러시아군이 내려온 평양에서는 친소로, 다시 친미로 바뀌는 카멜레온적 인간을 풍자한 소설이라고 자상히 풀어주었다. 같은 자리에는 진주시내 고등학교 학교장급 교직자들이 전에 없는 관심으로 일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교장급 인사들은 한국문학이 어떻다거나 전후 소설이 어떤 것이라거나 이주홍의 소설이 어떻다거나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전광용의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중요했었다. 그들의 질문은 전광용의 소설도 중요하지 않고 금년도 서울대학교 입시 출제 방향에만 촉각을 세우고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전교수는 “제가 학교 집행부나 교무처 관련 보직을 맡고 있지 않아 구체적인 답변을 해줄 처지가 아닙니다”라 말하면서 일반적인 이야기 몇 마디로 질문의 예봉을 피해갔다. 이때 이주홍은 옆자리에 있는 이경순과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진주장에 돼지감자가 나올까?”하고 묻고 있었다. 돼지감자를 약에 쓰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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