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재 여행] 거창황산마을 원학고가
[경남 문화재 여행] 거창황산마을 원학고가
  • 이용구
  • 승인 2015.04.02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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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의 황산마을 전경
황산마을 전경


거창군 원학골은 운무에 싸인 덕유산 자락이 아름답게 바라다 보이는 첩첩 산골이다. 뾰족한 문필봉의 기백산과 통 바위의 암기(巖氣)가 강하게 뭉쳐 있는 금원산이 있고 계곡들의 풍광이 수려해 선풍(仙風)이 감도는 동네다.

원학골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라고 해서 여행객들의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것은 기우다. 동서로 88올림픽고속도로가 지나고 남북으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어 수도권에서 접근해도 넉넉잡아 3∼4시간 정도면 다가갈 수 있다.

특히 거창을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명소가 수승대(搜勝臺)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원학골 줄기에 있는 수승대는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에 있는 영남 제일의 동천(洞天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으로 알려진 ‘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로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넓은 화강암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이다.



 
원학고가 솟을 대문


이곳은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와 숲이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어 2008년에 명승 제53호로 지정되었다. 수승대를 스치는 물을 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愁)이 물에 씻겨나가는(送) 듯하다.

◇황산마을=수승대 초입에 거창신씨 집성촌 황산마을이 있다. 황산마을은 일제 강점기에 정자와 정자나무가 많다고 해서 대정리라 불렸으나 1995년 거창군 조례에 의해 황산리로 바뀌었다. 황산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7호’로 이름 높다. 황산마을에 들어서면 굽을 길을 따라 끝없이 뻗어 있는 아름다운 흙돌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황산마을의 흙돌담들은 순수하게 흙과 돌로만 축조돼 있다. 이곳은 거창 신씨(居昌 愼氏)의 집성촌으로 주민의 80% 이상이 모두 거창 신씨 종친들이다.

이곳에는 100~200년 전 건립한 한옥 50여 채가 들어서 있다. 1.2㎞ 돌담을 걷다 보면, 거창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으로 탄생한 벽화 골목도 만날 수 있다. 마을 입구 정자나 마을 뒤쪽 언덕에 오르면 한옥마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마을 어귀 비탈진 곳에 수령 600년 보호수(느티나무)가 있다. 둘레 7m30cm, 높이 18m. 마을에서는 이 나무를 안정좌(案亭坐)라고 부른다.

황산마을에 수십 채의 고택들이 있다. 500여 년 전, 신권이 원학동에 터 잡은 후, 후손 신수이는 300년 전, 수승대 길 건너편, 황산마을에 들어와 마을을 번창시켰다. 마을에 들어서 무던한 토석담과 예쁜 꽃담이 나그네를 반긴다.



 
원학고가 고택
사랑채 대청마루


◇원학고가=황산마을 여러 고택 중 가장 건축미가 빼어난 곳 하나를 들라면 원학고가이다. 원학고가(猿鶴古家). ‘금원산(金猿山) 아래 학(鶴)처럼 사는 이의 옛집’이란 뜻이다.

거창 황산마을 중앙에 위치한 원학고가는 500년 동안 이 터에 자리를 지켜왔다. 요수(樂水) 신권(愼權) 선생의 10세손인 신종삼 선생이 1927년 기존의 집을 헐고 다시 건립해 88년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명품고가로 ‘민속자료 제17호’로 지정돼 있다.

서부경남에서는 규모가 제일 크고, 보존 상태가 좋다는 원학고가는 현재 박정자 종부가 손수 맡아 집을 관리하고 있다. 주재료가 나무와 흙인 한옥 공간 운학고가에 머물면 안팎으로 소통하는 바람과 온돌에서 나오는 온기가 순환하며 찌든 일상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것 같다.

솟을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자형 팔작지붕의 사랑채가 남향으로 지어졌는데 상량한 묵서명에는 ‘정묘 8월 22일 갑인진시입주도일신시상량’이라 쓰여져 있다. 따라서 1927년 지어진 집이다.

100㎡ 정도의 넓은 사랑채는 큰 대들보와 둥근 추춧돌을 사용해 지었다. 또한 궁이나 절에서 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장식물로 꾸며져 있어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분합문을 들어가면 너른 대청마루에 서면 하늘을 담은 마당과 고래등같은 한옥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햇볕을 잔뜩 머금은 마당은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고 산들 바람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잡념을 가만히 가라앉혀 준다.

원학고가는 주위의 바람, 논과 밭, 풀 그리고 산과 하늘 등 모든 자연요소를 끌어들인 듯 부드럽고 고요하며 티 없이 맑은 순백색의 은근한 멋을 풍긴다.

주목을 사용해 받친 호피 문양의 대들보는 세월의 더께가 쌓여 담백하고 소박한 가운데에도 기품을 자아내고 있다.

대청 뒷면에는 쪽마루를 냈고 분합문과 들어 열개문을 달아 문을 모두 들어 열면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차별 없이 자연과 조화를 이룹니다. 앞쪽에는 소담하게 꾸민 정원이, 뒤쪽에는 아담한 텃밭이 있어 더욱 평온하게 느껴진다.

이용구기자
원학고가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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