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자연에서 배우는 인간의 지혜
[경일포럼] 자연에서 배우는 인간의 지혜
  • 경남일보
  • 승인 2015.04.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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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에볼라 바이러스가 2013년 12월에 기니에서 발생한지 1년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1만여 명이 숨지고, 세계에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해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몸안에는 ‘파지(bacteriophage)’라는 바이러스가 폐, 소화기관 등의 점액에 존재하면서 우리 몸을 보호한다. 즉, 점액(mucus)에 존재하는 파지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을 잡아먹음으로써 우리 몸을 감염에서 보호해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파지’는 외부의 세균을 분해함으로써 번식할 수 있게 된다. 우리도 알게 모르게 바이러스와 공생을 통해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뿐만 아니고 자연에서도 공존과 공생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사례가 많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가 대표적이다. 20세기 초 옐로스톤에 살고 있는 늑대는 가축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제거 대상이 되었다. 1926년에 이르러 늑대는 거의 사라졌다. 포식자인 늑대가 사라지자 몸길이 3m에 이르는 대형 사슴인 ‘엘크’가 급격히 늘어나 풀을 마구 먹어치웠다. 풀이 없어지자 토양은 침식되고 숲이 황폐화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 정부는 1995년부터 늑대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늑대의 숫자가 늘어나자 상대적으로 엘크는 줄어들었다. 다시 옐로스톤 일대에 풀과 나무가 무성해지면서 전체 생태계가 복원됐다. 처음 늑대는 생태계에서 필요 없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돼 인간에게 사냥을 당했지만 생태계의 균형과 공존을 유지해주는 중요한 종(Keystone Species)이었던 것이다. 생태계가 일단 안정화되고 나면, 모든 종이 각자 역할을 수행하며 생태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생물종이 사라지면 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공생의 사례는 늑대와 같은 동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녕 우포늪을 가보면 갈대, 창포, 부들 등 습지식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습지식물은 어떻게 물속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것일까? 물속에 있으면 뿌리가 썩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습지식물 뿌리가 썩지 않는 이유는 습지식물이 지속적으로 식물 내에서 생산되는 산소를 뿌리를 통해 내뿜기 때문이다. 습지식물에서 내뿜어진 산소 중 잉여분을 주변의 토양미생물이 신진대사를 위해 활용하고, 토양미생물은 습지식물에게 유기물을 분해하고 남은 영양분인 질소와 인을 공급한다. 이러한 공존과 공생의 관계를 통해 식물은 습지 내에서 살아남는다. 이러한 식물과 토양미생물의 공생관계를 ‘균근(mycorrhiza)’이라고 하는 데 식물의 90%에서 이러한 공생관계를 엿볼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는 말이 있다. 있다는 것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에만 드러난다는 의미다. 있고 없음이 공존하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노자사상의 하나다. 자연에서는 혼자서 존재할 수 있는 종은 거의 없다. 하나의 종이 다른 종들과 포식관계, 경쟁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전체 생태계에서 보면 모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서로 공생하며 생태계를 유지한다. 인간세상도 마찬가지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서로에게 이익을 주거나 해를 주어도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 자연이 공존·공생하는 지혜를 통해 가족, 동료, 주변의 모든 사람, 나아가서는 주위의 동·식물마저도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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