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재 여행] 사천 조명군총(朝明軍塚)
[경남 문화재 여행] 사천 조명군총(朝明軍塚)
  • 박철홍
  • 승인 2015.04.14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재란 중 왜군과 싸운 조선·명나라 병사 무덤
 
조명군총.


사천 용현면 선진리에 위치한 조명군총(朝明軍塚)은 1598년(선조 31) 정유재란 중 선진리성에서 전사한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의 집단무덤이다.

1597년 정유재란을 일으킨 왜군은 그해 9월 육상의 소사싸움과 해상 명량대첩에서 연이어 대패함으로써 북진과 서진이 좌절되자 경상도 남해안 지방으로 퇴각했다. 울산에서 순천까지 해안을 따라 동서 800여리에 이르는 성을 구축하고 머물고 있었다.

그해 12월 사천지역에도 왜군이 상륙해 선진리에 성을 쌓고 진(陣)을 쳤다. 이들을 내쫓기 위해 명나라 장수 동일원과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정기룡이 약 3만의 병력을 이끌고 나섰다. 조·명연합군은 1598년 9월 19일 진주에서부터 차례로 왜군을 무찌르며 진격해 사천읍성까지 탈환했다.

10월 1일 연합군은 선진리 왜성을 포위하고 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연합군은 예기치않은 화약고 폭발로 전열이 흐트러졌다. 때마침 왜군의 기습을 받아 수 많은 전사자를 남기고 퇴각했다. ‘선조실록’에 의하면 당시 전사한 조선과 명나라 병사가 7000~8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일본의 장수 도진의홍이 본국으로 돌아가 작성한 ‘도진가기’라는 책에는 당시 왜군이 3만2000명의 연합군 수급을 베었다는 기록도 있다. 전사자의 대다수는 명나라 군사로 알려져있다.

당시 왜군은 그들의 승리를 본국에 알리기 위해 죽은 조·명연합군 군사들의 귀와 코를 잘라 소금상자에 넣어 본국으로 보내고 나머지 시신은 선진리성 앞에 쌓아두었다. 이곳에서 악취가 너무 심하게 나자 지역민들은 전쟁이 끝난 후 이들 시체를 현재의 위치로 이장했다.


 
조명연합군전몰위령비.


연합군 무덤은 이후 400여년 동안 방치돼 오다 1983년 사천문화원이 ‘조명연합군전몰위령비’라고 새긴 비석을 세웠다. 경남도는 1985년 11월 14일 이 무덤을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80호로 지정했다. 무덤 형태는 사방 20칸(36㎡) 규모의 사각형 분묘로 ‘당병무덤(당나라 병사들의 무덤)’ 또는 ‘댕강무데기(목이 없는 시체를 모아둔 곳)’라고도 불린다. 정유재란 이후 약 400년간 돌보지 않고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인위적인 꾸밈이 없는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사천문화원 주관으로 1983년 이후 해마다 위령제(慰靈祭)가 봉행된다. 처음에는 음력 10월 1일 위령제를 지냈는데 날씨가 추운데다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수 년전부터 양력 10월 1일로 날짜를 변경해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사천시는 올해부터 또 다시 음력 10월 1일에 위령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전사자 대다수가 명나라 군사여서 주한 중국대사 등 중국측 인사들을 초청해 위령제를 실시할 계획을 잡았는데 양력 10월 1일은 중국 건국절이어서 중국측 인사들이 참석을 못하기 때문이다.

사천시는 지난 2007년 남해안관광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조명군총 성역화사업을 실시했다. 사당과 전시관을 짓고, 군총 주변에 주차장과 담장을 설치했다.

시는 조명군총 기본정비계획을 수립해 용역에 들어간 상태로 오는 7월 용역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조명군총 관광을 활성화하고, 국가지정문화재로의 승격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상일 사천시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선진리성 전투는 왜군 입장에서 본국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퇴각로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전투였다”며 “나름 큰 전투였는데 일반인들이 너무 몰라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명군총은 패전의 역사를 간직한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며 “앞으로 국난극복의 역사현장으로 재조명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조명군총 위령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