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 경남일보
  • 승인 2015.04.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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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 (시인)
양곡
작년 오늘 나는 세월호 침몰을 아버지 간병을 하던 병실에서 TV로 처음서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가 있었다. ‘대명천지 봄날 바다에서 저렇게도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는구나. 문명국에서도 저런 무참한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길을 걸으면서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 침몰사건은 세간에 떠올랐지만, 실마리 하나 풀어지거나 문제 하나 해결된 것 없이 일 년이 지났다. 왜 아직도 세월호 사고가 수습이 안 되고 있는지 보통사람들은 잘 모른다. 누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고, 무엇이 어떻게 되어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인 304명의 목숨들을 앗아 갔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잘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당시 근무했던 관련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기에 그만한 직장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라고 우리 보통사람들은 알고 있다. 한데 그들은 위급상황에서 교육을 받아 내면화된 직무수칙 중 어느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조건 반사적으로 몸이 안전수칙을 지키듯 행동으로 옮겼을 일들을 그들은 왜 이행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관련 공직자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왜 그들은 직위나 직급, 위치에 근무하게 된 자격요건인 고유업무를 스스로 방기하거나 기만한 채 어린 목숨들이 죽어가는 마당에 자신들의 목숨부터 먼저 구해야 했을까. 참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들이다. 총체적 난국이니 안전 불감증이니 얼치기로 넘어가서는 될 일이 절대 아니다.

조직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개개인을 찾아 죄를 묻고 단죄를 해야 한다. 국가의 구조 탓이나 정치적인 문제로 눙치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다. 깃털만 날리다가 혈세만 탕진하는 꼴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 일 년이 지나도록 사고원인조차 명확하게 밝혀내지를 못하니 책임질 사람들이 있을 수가 없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놓고도 시행령 때문에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일 년 동안 유족들이 풍찬노숙을 하며 푸른 바다만 바라봐야 하는, 이 억장이 무너지는 사건을 두고 ‘세월호 침몰을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앵무새처럼 되뇌이며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을 우리들은 눈물 흘려야 하나.
양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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