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왜곡된 열정페이
[아침논단] 왜곡된 열정페이
  • 경남일보
  • 승인 2015.04.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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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대학 졸업생들을 포함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일반적인 기준보다 더 낮은 급여와 더 많은 업무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이른바 ‘열정페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열정페이란 열정과 페이(pay)가 결합된 신조어로 일한 대가를 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 즉 열정에 대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보수를 대신하겠다는 의미이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 측의 입장에서 보면 관련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원을 채용하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인턴이나 수습, 교육생 등의 명목으로 일반 정규직 사원보다 낮은 급여를 지급하고 교육과 함께 일정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소위 ‘도제식 인턴’의 경우에도 인턴 사원의 근로제공은 필연적인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턴 사원들은 대부분 연수와 교육과정 이후에 자신이 인턴으로 근무했던 곳에 취업하거나 그곳에서 배운 기술로 다른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이러한 과정을 밟은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열정페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대학생들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이나 현장실습 등과 같은 대외활동을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지원자의 전공이나 채용분야의 직무연관성이 낮은 대외활동은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대학의 경우에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혹은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학점과 연계한 인턴과정 교과목을 개설하여 국내외의 기업에 학생들을 보내어 교육시키고 있는 대학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일부 기업에서는 인턴이나 교육생들에게 담당업무나 본래의 교육목적과는 관련이 없는 허드렛일을 시키고, 낮은 보수를 지급하면서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낮은 보수도 참고 견디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소위 ‘희망고문’도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열정페이’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어느 작가는 이에 대해서 “젊음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젊은이는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한 바 있다.

열정페이 문제가 심각해지자 고용노동부에서는 근로감독과를 신설해서 지난 3월말까지 열정페이 업종인 패션과 영화계 등 150개 사업장에 대해 기획 근로감독을 하고 표준근로계약서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후적인 근로감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운용할 수 있는 인턴제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무급인턴 사용 기준에 따르면, 인턴교육과정은 기업의 이익이 아닌 인턴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인턴 사원의 업무가 정규직 사원의 업무를 대체할 수 없다. 무급이거나 낮은 보수라고 해서 무조건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발전적인 도제식 인턴과 청년의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하는 열정페이를 구분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강력한 제재를 통하여 왜곡된 열정페이를 바로잡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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