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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숲산책] 자랑스러운 태극기
허훈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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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20  2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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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숲산책] 자랑스러운 태극기

한동안 ‘자랑스런’ 표현이 맞는 줄 알았다. ‘자랑스런’이 바른 표기로 착각한 까닭은 국기 맹세문에 길들여져 온 탓이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학교 등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현장에서 마르고 닳도록 국기 맹세문을 들어왔기에 ‘자랑스런’ 표현이 뇌리 깊숙이 각인됐다. 설마 이 맹세문에 그릇된 표기가 있었을 줄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뿔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자랑스런’이 자랑스러운 게 아니었다. 마침내 ‘자랑스런’을 문법에 맞게 ‘자랑스러운’으로 바로잡았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35년 만에 문법과 내용을 수정한 새로운 국기 맹세문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27일부터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랑스런’이란 표현이 자취를 감추지 않고 있다. ‘자랑스런’이 잘못된 말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자랑스러운’으로 표기해야 할까. ‘자랑스럽다’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올 때에 어간의 ‘ㅂ’이 ‘우’로 바뀌는 ‘ㅂ’불규칙 용언이다.

따라서 ‘자랑스러워, 자랑스러우니’ 등과 같이 활용하고 관형형 어미 ‘-ㄴ’이 올 때에는 ‘자랑스러운’이 된다. ‘자랑스러니’(자랑스러우니), ‘자랑스렀다’(자랑스러웠다)처럼 ‘우’가 탈락하면 안 된다. 같은 ‘ㅂ’불규칙 용언인 ‘무겁다’, ‘덥다’, ‘가볍다’ 등도 ‘무거운’을 ‘무건’이라 하거나 ‘더운’을 ‘던’, ‘가벼운’을 ‘가변’이라 하지 않는다. 이처럼 ‘러운→런’ 식의 축약형은 바른 표기로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제는 자랑스런 태극기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태극기다.

허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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