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가보자] 통영 동피랑마을
[우리동네 가보자] 통영 동피랑마을
  • 곽동민/김영훈기자
  • 승인 2015.04.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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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 100선 경남지역 11곳
철거 위기 산비탈 마을이 하루평균 3000여명 방문 관광지로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바라본 동피랑마을 전경.


그림 같이 아름다운 ‘동양의 나폴리’ 통영.

그 곳에 진짜 그림으로 만든 동화속 세상이 있다. 동피랑마을이 바로 그곳.

이미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잘 알려진 곳이지만 사실 이 지역은 재개발 계획이 수차례 변경·수정되며 철거될 처지에 놓였던 곳이다.

이후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들은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가 사전 답사를 통해 마을을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지금은 하루 평균 3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대표 관광지로 변모했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비탈의 통영지역사투리)이라는 뜻이다. 동피랑 마을의 실제 주소지는 통영시 정량동, 태평동이며 일대의 산비탈 마을을 통칭한다.

동피랑마을이 벽화마을로 변하기 전인 2007년 당시 이 지역은 서민들의 오랜 삶터로 주로 저소득층 주민 약 80가구 120여명이 살고 있었다.

◇마을만들기의 대표 성공사례로 자리매김=마을의 재생은 골목 구석구석에 글과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됐다. 2009년부터는 전국의 미대생들이 참여하는 ‘동피랑담벼락그림공모전’이 열렸다. 처음엔 19개팀이 참여했지만 지난 2012년에는 71개팀, 2014년에는 68개팀이 참여했다. 특히 2014년에는 전국적으로 난립하는 ‘벽화마을에 대한 비판적 논의의 장’이라는 기치 아래 ‘벽화비엔날레’ 형식으로 열려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동피랑벽화마을 사업은 지역 시민단체와 행정, 교육계, 마을주민자치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작한 협력과 소통의 장이었다.

특히 동피랑마을은 매년 50개의 지자체와 단체가 벽화를 모티브로 한 마을만들기의 성공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 기타큐슈대학 등 해외 단체에서도 한국의 마을만들기 성공사례인 동피랑을 찾아 답사할 정도로 마을만들기의 우수선진지로 자리매김했다.



 
동피랑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익살스런 포즈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피랑마을 중턱에 위치한 음료가게를 찾은 관광객들이 휴식시간을 갖고 있다.


◇볼거리·즐길거리 풍성한 동피랑=동피랑 마을 꼭대기에 오르면 아름다운 통영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곳곳은 KBS드라마 ‘착한남자’, JTBC 드라마 ‘빠담빠담’ 등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됐을 만큼 다채로운 풍광을 자랑한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날개벽화는 반드시 인증샷을 남겨야하는 명소가 됐다.

날개벽화와 거북선 등이 그려진 초입을 지나 중턱에 다다르면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골목길이 나온다. 구불구불하고 가파르게 이어진 골목 사이에는 때론 익살스럽고, 때론 아기자기한 벽화가 눈을 즐겁게 한다.

최근에는 지난해 큰 아픔을 남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글벽도 등장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멈춰세운다.

경남 대표 관광지인 통영인 만큼 근처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벽화마을과 함께 생활하는 예술인들=동피랑 벽화 공모전으로 시작해 벽화 비엔날레까지 어느덧 예술과 함께 하는 마을로 자리잡은 동피랑에는 예술가들도 둥지를 틀었다.

주민이 떠난 동피랑의 빈집들 중 5개동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작가촌은 화가와 작가, 음악가 등이 입주해 작품활동과 생활을 겸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화가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피랑 미술학교를 개강, 주민교육에도 동참하고 있다. 입주 작가인 강제윤 시인은 베스트셀러인 ‘통영은 맛있다’를 이곳에서 집필 했다.

또 동피랑 벽화비엔날레 기간에는 해외에서도 많은 작가들이 참가해 작가촌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한다.



 
동피랑마을 꼭대기에서 바라본 통영항 전경.
동피랑마을에 쓰여진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글귀들.


◇지역경제·주민일자리 창출의 원천=동피랑마을에는 현재도 8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다만 예전에 없던 가게들 10여개가 신생 창업해 성업 중이다.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게스트하우스와 꿀빵, 커피나 아이스크림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낡은 집을 수리해 본격적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작은 가게들이지만 ‘동피랑벽화마을’ 사업의 효과로 하나둘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주민협의회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념품점인 ‘점방’과 ‘구판장’에서 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집계되고 있다.

인건비를 제외한 소득 전액은 동피랑 80여 가구의 수도세와 분기별 쌀값으로 환원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는 주민 모두가 조합원으로 등록된 동피랑생활협동조합(경상남도 허가)를 창립해 기념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동피랑 성공의 원동력은 바로 주민=동피랑벽화마을은 수많은 벽화마을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미륵도 등 약 150여개의 부속도서를 갖고 있어 ‘동양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이며, 2년 마다 한 번씩 바뀌는 벽화는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선사하는 볼거리다.

그러나 동피랑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매 벽화공모전마다 주민들이 직접 작가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민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마을을 운영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취재를 나선 날이 평일인 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동피랑마을은 활기가 넘쳤다. 산비탈에 위치한 작고 낡은 골목 동네지만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벽화만큼 예쁜 웃음꽃이 피어나 있었다.

곽동민기자·김영훈기자 dmkwak@gnnews.co.kr



 
동피랑마을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벽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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