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벼랑 끝에 선 청년 구하기
[경일시론]벼랑 끝에 선 청년 구하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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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행정대학원장)
대한민국 청년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산다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도 옛말이 됐다. 인간관계와 주택구입까지 포기했다는 오포세대를 지나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가 됐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곱 가지를 포기한 청년들이 지금 서 있는 곳은 절벽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한가하게 위로하기에는 너무나 절박하다.

취업이 가장 큰 문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청년실업률은 10.3%이다.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3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체감실업률은 훨씬 높은 22.9~37.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감실업률이 높은 것은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등 불완전 취업자, 취업 준비자, 구직 단념자를 실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취업자도 임시직과 비정규직 비중이 너무 높아 고용의 질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청년 실업문제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신규채용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년 연장으로 청년들의 고용절벽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30대 그룹은 올해 채용을 지난해 대비 6.3%나 줄이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청년실업의 악화는 낮은 출산율을 더 떨어뜨리고, 생산가능 인구를 줄여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사회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워 정치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위험도 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청년실업 대책을 수없이 쏟아냈지만 큰 성과가 없다. 현 정부도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 ‘직장 일자리 단계별 청년 고용대책’, ‘청년 해외취업 촉진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청년고용은 늘지 않고 있다. 대통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오죽하면 ‘나라에 청년들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에 가서 일자리 구해보라’고 했겠나 싶다. 그렇다고 청년 실업문제를 중동에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시대도 안 맞고, 여건도 과거와 다른 불가능한 일이다.

청년 창업에도 현 정부만큼 공을 들인 정권은 없다. 청년 창업사관학교를 만들고,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대폭 지원하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신통치 못하다. 최근 대학가 주변에 커피전문점, 치킨집, 호프집 등이 많이 생겨난다. 하나같이 멀끔하게 생긴 청년들이 주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청년 창업 희망자 중 음식·도소매 등 생계형 창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무려 71.8%에 이른다고 한다. 기술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창업하지 않는 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없다. 청년 일자리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청년고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임금피크제를 활용해 청년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비용으로 청년층을 고용하면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정년을 연장해도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지금까지의 낡은 연공서열식 임금구조를 개혁하면 모두에게 유리한 방안이다. 고액연봉자의 임금을 동결해 청년층 고용에 활용하는 방안도 급한 대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 대책은 기업투자에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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