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깨끗이 세탁할, 한국판 마니 폴리테 검사’ 기대
[경일시론]‘깨끗이 세탁할, 한국판 마니 폴리테 검사’ 기대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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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일구이언(一口二言)은 이부지자(二父之子)’라 했다. ‘한 입 갖고 두 말 하는 것은 아비가 둘’이라는 입에 담기조차 거북스런 상욕을 쓸 정도로 옛 선비들은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바꾸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일구이언’을 금기시하고 모멸했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둘인 자’라는 말 이상 가는 욕은 없었다. 세대가 변해 이혼, 재혼이 많은 시대가 되다보니 아버지가 둘인 사람이 부지기수로 늘어 ‘이부지자’라는 말은 욕 축에 끼지도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는 말도 한다. ‘낳아준 아버지, 양육비를 대주는 아버지, 같이 사는 아버지’ 중 누구를 아버지라 불러야 하는지 참 고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곰 발바닥보다 두꺼운 ‘二父之子’

정치판은 똑 같은 사안을 두고도 여당이 됐을 때 다르고, 야당이 됐을 때 다르고, 아침에 한 말 저녁이 되면 바뀌고, 어제 한 말 오늘이 되면 또 달라진다. 국회의원들은 신의고 뭐고 없어진 지가 오래됐다. 이해타산에 따라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서 저말하곤 한다.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카멜레온처럼 나랏일을 다루는 국회의원을 비롯, 정치 지도자급들이 중대한 국사를 놓고 말 바꾸기를 ‘식은 죽 먹듯’이 국정을 흐트러뜨리고 국익을 해쳐도 또 당선된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3000만 원 수수 의혹과는 별개로 연속된 말바꾸기와 적절치 않은 처신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 총리,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적게는 수 십 차례, 몇 백 차례 통화기록이 검찰에서 확인됐다. ‘이부지자 정치인들’은 ‘거짓말 달인에 등장한 것’처럼 곰 발바닥보다 더 두꺼운 얼굴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년 10개월의 후임 총리는 사실상 마지막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인사 실책을 만회하는 길은 후임 총리만큼은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을 앉히는 일이다. 정말 괜찮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인사를 선택, 국정을 일신해야 한다.

이 총리의 낙마는 본인의 불명예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런 총리를 둔 대통령과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대통령의 자업자득이요, 인사 스타일이 빚은 최악의 참사다. 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총리 후보자만 3명이 청문회도 못하고 낙마했고,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례는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 후임 총리 인선을 놓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한다”는 이유로 또 친박계 현역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되지만 “우리끼리 뭉쳐서 잘해보겠다”는 식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 다시 한 번 패가망신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 친박계 거론 거론하다니

1조원대 대출·수 백 억대 뇌물 등 ‘성완종 사건’을 보면 돈이면 다 통하는 ‘부패한 선진국 세상’ 같다.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 운동으로 당시 수상을 비롯, 150명의 국회의원을 포함, 정관계 고위급 인사 3000명을 수사, 1400명을 체포, 1000명이 유죄판결을 받는 등 이탈리아 밀라노의 젊은 검사들이 개혁의 신호탄이 됐다. 서슬 퍼런 산 권력이 죽은 자의 외침 앞에 벌벌 떨고 있는 등 ‘썩을 대로 썩은 정치판?금융권이 있다’면 성역 없이 ‘깨끗이 세탁할, 한국판 마니 폴리테 검사’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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