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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0)<101>경남지역의 문인 등단50주년 기록자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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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0  15: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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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정한은 단편 <사밧재>를 썼는데 지난 회에서 이야기한 대로 일제하를 시대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송노인이 평생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나이 든 누이가 병상에서 오늘 내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줄거리로 한다. 시골 노인이 차를 탄다는 일은 모험이라고 여기거나 선비의 바른 길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여기던 시절, 송노인이 한시 바삐 누이를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탔다. 그래서 소설의 주제는 ‘오누이 간의 정’이 된다. 려증동 경상대 명예교수는 재직시절 ‘문학원론’ 부록에 <사밧재>를 싣고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가장 한국적인 소설로 <심청전>과 <사밧재>를 들 수 있다’고 가르쳤다. 전자는 효를 주제로 한 소설이고 후자는 오누이 간의 정을 주제로 했는데 다 다른나라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드는 세계이다‘고 했다.

필자는 1980년대 초반 경상대학교에서 개최된 전국 교육대학원 원장회의 참가차 온 당시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장 문덕수 시인을 만났을 때 <사밧재>와 그 주제, 그리고 가장 한국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경상대학교 교수진 이야기를 하면서 곁들여 말했다. 그랬더니 문원장은 수첩을 꺼내 ‘김정한의 사밧재, 가장 한국적이다.’라 적었다.

그 무렵 필자는 작가인 김정한을 만났을 때 <사밧재>를 <심청전>에 이어 가장 한국적인 소설로 평가한 분이 있는데 그분이 ‘려증동 교수’라고 전해 주었다. 그랬더니 아무 말 없이 필자를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마도 기분이 좋을 때 더 침묵해지는 것이 작가의 태도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김정한 작가와 려교수의 저서들이 우편 형식을 통해 빈번히 교환되었다.

김정한이 25년간 절필했다가 다시 1966년에 발표한 작품이 <모래톱 이야기>다. 이 작품은 낙동강 하류 조마이섬 모래톱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소외지대 인간의 비참한 생활과 갈밭새 영감의 삶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 저항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소외계층이 겪어야 하는 삶의 애절함과 그 비극성을 그려내고 있다.

필자는 부산 하단에서부터 김해시 낙동강쪽 언저리에 ‘조마이섬’이 있다고 보고 그쪽이 고향인 사람들을 만나면 늘 잊지 않고 ‘조마이섬’에 대해 물었으나 딱이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에 ‘조마이포’는 있다고 말한다. 하루는 시간을 내어 부산 사상 터미널에까지 가서 택시를 잡아타고 가락IC 부근 마을로 들어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김해시 장유면 가락대로 사구마을이었다. 사구는 모래구지라는 뜻이다. 이 사구마을이 ‘조마이포’였다. 그 어디를 바라보아도 조마이섬은 없다. 그때사 필자는 김정한 작가에게 속은 것임을 알았다. 작가가 그 주변의 상황을 여실히 만들어내기 위해 조마이섬을 상상으로 구상한 것이었다. 그렇다. 최참판댁을 평사리에다 지어올린 사람이 박경리인 것처럼 김정한도 낙동강 하류의 소외지대를 총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조마이섬을 뚝딱 상상의 사방공사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작가여 멋져! 그대 상상 안에서 영원하라!”하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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