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다] 하동 고전초 '아침달리기'
[학교에 가다] 하동 고전초 '아침달리기'
  • 최두열/임명진기자
  • 승인 2015.04.16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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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32명, 6년동안 '726㎞'를 달려라
 
 
 

한 시골 초등학교의 조용한 아침을 깨우는 이색 ‘아침 달리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하동 고전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2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촌학교.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이 매일 아침 달리기를 통해 상쾌한 하루를 열고 있다.

고전초등학교의 아침 달리기는 특별하다.

경남지역의 18개 시·군 청사를 모두 돌면 거리가 얼마나 될까.

정답은 726km다. 고전초 학생들은 바로 그 거리만큼 6년의 초등학교 재학기간 동안 달려야 한다.

아침 달리기의 명칭도 ‘경남사랑 건강 튼튼 아침 달리기’로 정했다.

그냥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가영(6학년) 학생은 고성을 출발해 통영, 거제시를 거쳐 현재 창원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동안 달린 거리만 116.72km에 달한다.

달리면서 거쳐 간 고성과 통영, 거제시의 이름과 특산물, 자연환경, 명소, 산업, 특징 등을 스스로 찾아내고 교과 시간에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가영 학생은 “매일 2~3바뀌는 달린다. 훨씬 건강해진 것 같다. 달리면서 우리 주변의 도시들도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년별로 학생들의 출발지도 제각각이다.

유일한 4학년인 조세상 학생은 창녕군에서 출발해 함안, 의령, 합천군을 지나고 있다.

학생들은 매달 한 번씩 그동안 달린 거리를 학교 현관에 설치된 달리기 판에 스티커로 표시하고 있다.

 

 

육상선수 캐릭터에 자신의 얼굴사진을 합성해 달린 거리만큼 옮겨 붙이게 해 학생들 간의 경쟁도 은근히 치열하다.

양민동(6학년) 학생은 “4학년 때는 비만으로 친구들과 체육 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지난 해 1년 동안 83km를 달렸다. 아침달리기를 통해 살도 많이 빠지고 올해는 체육부장까지 맡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직접 각 시·군을 돌며 달리기는 어려운 일. 그래서 학교 운동장 1바퀴를 돌면 1km를 달린 것으로 환산해 경남을 한 바퀴 일주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여기에는 만학도의 꿈 실현에 나서 화제가 됐던 8명의 할머니 학생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할머니들은 건강 걷기로 열심이다.

김점숙 교사는 “도내 시·군의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통합창원시에 대해 알게 되고, 서부경남을 배우고 있다. 저절로 경남사랑 효과가 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을 한 바퀴 일주하면 학교측은 건강 어린이 배지와 행복 무지개 통장에 달인 포인트 500점을 수여한다. 누적된 포인트는 학교에서 마련한 무인가판대를 통해 학용품이나 실내화 등으로 현물로 바꿀 수 있다.

박정희 교장은 “시골 학생들이 도심학교에 비해 오히려 활동량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아침달리기를 통해 학생들이 건강도 챙기고 우리 경남도 더 잘 알게 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최두열·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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