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정치
[의정칼럼]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정치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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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사람들은 살면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치는 거짓말이 용인되지 않는다. 미국의 한 대학이 대통령학을 전공한 학자들에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을 뽑으라고 했다. 각종 스캔들에 연루된 열 명이 불명예를 안았다. 그 중에는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도 들어 있었다. 닉슨이 범한 가장 큰 잘못은 거짓말이었다.

닉슨은 1972년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 재선에 도전한다. 선거 와중에 비밀공작팀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는 사건이 터진다. 닉슨은 처음에는 도청사건과 백악관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지만, 곧 들통이 난다. 미국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은 도청 자체보다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데 있었다.

일본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그 금맥과 인맥’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다나카 수상의 의혹은 ‘금맥’쪽에 집중됐다. 검은 정치자금의 비밀과 조성과정, 후원금을 낸 기업들이 누리는 혜택, 후원금 허위신고 내역 등이 폭로됐다. 하지만 문제는 다나카 총리의 대응방식이었다. 그는 의문들을 해명하려 했지만,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킨다. 하나 둘씩 드러나는 거짓말, 그는 45일 만에 총리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교수의 또 다른 저서 ‘왜 도덕인가’에서는 정치인이 지켜야 할 도덕적 가치에 대하여 상식의 틀을 깨는 몇 가지 숙제를 남긴다. 한 예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을 살펴보자. 그의 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일이며, 또 거짓말까지 한 것은 죄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모든 사실을 인정하느냐”라는 질문에 “부적절한 관계였다”라는옹색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그러한 거짓말이 감추려고 하는 죄를 더 무겁게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아가 거짓말도 상황에 따라서는 정당화되기도 한다. 예컨대 1964년 베트남 전쟁에 관하여 존슨은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전쟁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숨겼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획을 부인했다. 두 대통령 모두 국민을 속였지만, 당선이라는 개인의 부당한 목적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 존슨과 미국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 불가피한 전쟁확대, 즉 정당한 목적을 위한 루스벨트의 거짓말의 도덕적 지위는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존슨의 거짓말이 루스벨트보다 상대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이유는 도덕적으로 가치 없는 목적을 위해 행해졌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윤리적 기반을 잃은 정치는 국가와 공공의 이익에 해악을 끼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 말한다. 이제 정치는 현 사태 추이의 유불리를 떠나 또다시 상처받은 도덕적 인간(국민)을 보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정치행위를 함에 있어 윤리적 책임 위에 균형적 판단과 진실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비도덕적 정치라 불리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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