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알아주기를 구하는 방법
남들이 알아주기를 구하는 방법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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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요즘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나 정치인들을 보면 모두 자신을 알아주기를 원한다. 오직 자신의 말과 행동이 진실이고 모두 옳다는 것을 남들이 알아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소학(小學)에 이런 글이 있다. “내가 맡은 직책과 일을 부지런히 행하고 그 밖의 것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하지 않는 일이 없다. 이것이 내가 남들이 알아주기를 구하는 방법이다.” 이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맑은 가을하늘 달빛처럼 은은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글속에 담긴 뜻이 향기롭다.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내가 모르는 곳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태 이런 모습의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남 앞에 나서서 자랑하지 않고, 남들이 자신을 알아줄 것을 애써 바라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을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요즘 그런 사람이 무지 그립다.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남의 아픔을 딛고 수월하게 일어서려는 사람이 지천인 지금 어디를 둘러봐도 내가 찾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난날에는 그늘지고 소외된 곳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 고난의 세월을 살다간 사람들이 더러는 있었다. 바로 그들이 오늘을 있게 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랐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계산되지 않고 아무런 목적 없는, 타인과 자신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남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 일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때,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흐르는 물을 막을 수 없듯이 저절로 알려지는 것이다. 그렇게 알아주는 것이라야 세상에 오래 남는다.

지난 세월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많았지만 지금의 세대는 그때를 알지 못한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가슴 아프고 배고팠던 시절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풍요가 넘쳐 도를 넘은지 오래다. 우리가 지금의 자유와 풍요로움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이 아님을 안다면, 우리는 조금이나마 지난 역사를 안 것이다. 이 사회가 자신이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하고 그 밖의 일들도 신중하게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책상에 앉아 그 세상을 상상하며 까닭없이 미소 짓는다. /

이홍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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