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플라톤의 ‘국가’와 맬더스의 ‘인구론’
[경일시론]플라톤의 ‘국가’와 맬더스의 ‘인구론’
  • 경남일보
  • 승인 2015.05.0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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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맬더스의 인구론은 인구증가는 기하급수적인데 견줘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이어서 결혼연령을 늦추고 출산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18세기에 나온 이론으로 한때는 맬더스의 이론이 국가에 따라 주요정책으로 도입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게 됐다. 2세기가 더 지난 오늘날 지구상의 인구는 6배가량 늘어 기하급수적이라고 하기엔 다소 이론이 있지만 엄청난 증가추세였다. 그러나 경제적 수준은 오히려 향상됐다. 맬더스는 인간의 창의력과 출산조절 능력을 간과했던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피터 드러커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신인구론으로 오늘날의 문제를 진단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사회가 그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일찍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강력한 통제로 인구증가를 억제한데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가끔은 젊은 시절 탐독했던 책에서 얻은 지식의 편린들이 현실정치와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시류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이를테면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지독한 대중정치에 대한 편견과 철인정치를 수긍하지는 않지만 그가 말한 ‘대중에 영합한 포퓰리즘은 정의에서 멀어진다. 대중은 정의가 아닐 때가 많다. 때로는 이해득실에 좌우되기 때문이다’는 요즘 우리사회를 보며 실감하는 경구이다.

맬더스의 인구론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내홍을 앓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국가의 정체와 인구문제와 연관된 미래사회에 대한 해법이다. 성완종 스캔들로 야기된 부패척결과 정치와 연관된 검은 커넥션을 풀고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에는 원치는 않지만 철인정치와 같은 강력하고 소신 있는 드라이브가 필요하고 경제적 해법은 인구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신인구론에 근거한 사회구조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무원연금 문제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큰 무게중심을 두고 대처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우리사회는 이미 부모+자녀의 고전적 가족형태에서 1인 가정과 노령부부가정이 대세인 급격한 패턴의 변화를 맞고 있다. 고령화사회로의 급속한 이행은 노후를 연금에 의존하는 인구층을 젊은 세대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주는 꼴이 된다. 공무원연금 문제를 두고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것도 지금 안아야 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래의 주역들에게 떠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국가적 중대사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변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많은 국가적 어젠다가 정치에 의해 흔들린 사례를 무수히 보아 왔다. 엘리트 공무원들이 마련한 정책들이 정치가 개입해 법안으로 처리될 때에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이행돼 본질을 흐리고 성과를 반감시킨다. 공무원연금법도 다름 아니다. 선거를 코앞에 둔 나머지 미래세대의 부담을 간과하고 성과에 급급한 선택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향후 5년 후에는 또다시 오늘날과 같은 엄청난 내홍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사회적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끼워 넣은 것도 국민적 합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를 결한 월권행위이다.

지금은 우리사회가 국가의 정체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부패를 척결하고 미래경제의 토대를 세울 정체절명의 시기이다. 정치놀음을 끝내고 민생에 매달려 국가를 걱정하는 진정한 정치를 보고 싶다. 4·29선거에 국민이 정치권에 준 메시지는 중단 없는 개혁이다. 여당에 많은 표가 몰린 것도 그들이 개혁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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