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2)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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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경남지역의 문인 등단50주년 기록자들(11)
지난 금요일 오후 필자는 문학 행사건으로 삼천포 박재삼문학관에 갔었다. 거기 몇분의 시인들이 모여서 방담을 나누다가 누군가가 “이 문학관이 박재삼문학관인데 박재삼이 삼천포고등학교 재학시절 김상옥 선생의 시집 ‘초적(草笛)’을 필사하면서 김상옥 선생의 시에 빠저들게 되어 문학의 길에 접어들었으니 어쩌면 김상옥 시인이 이 집을 짓게 되는 계기를 주신 것이지요.”라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그래. 그 말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지요.”라 하고 호응해 주었다.

박재삼이 시를 쓰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자기 학교 선생님이던 초정 김상옥의 감화를 받아 “나도 꼭 선생님처럼 시인이 되어 멋진 시를 써야겠다.”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옥은 그 무렵 학교 전체 교사들이 전교 1등을 하던 재삼에게 말한 것처럼 “너는 시를 쓰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여 판검사가 되어 너의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럼에도 박재삼은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상옥은 초등학교만 나오고 집이 어려워 인쇄소 인쇄공으로 일했고 서점 판매원이 되기도 했고, 도장집도 하고 그러는 사이 서예와 전각과 그림 등에 실력이 붙었다. 거기다 도자와 도예에 대한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지고 시를 썼다. 만년에 서울에서 ‘아자방’을 내고 도예품등을 진열하고 공방과 같은 성격의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니까 손재주와 글씨와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에 관한 감식안에 있어 특출한 경지를 지니고 있었다.

김상옥은 기질이 자기가 확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런 데서 오해를 사기도 했으나 그만큼 예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시나 시조작품도 그가 시집이나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읽어보고 좋다고 인정이 된 사람이면 일단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 옆에서 저 사람, 좋은 시인입니다 해도 절대 믿지 않고 오직 스스로 확인하고서야 상대를 해주었다. 필자의 작품은 운 좋게도 일찍이 김상옥의 눈에 들어 그는 자주 작품 이야기를 하고 경청해 주었다. 시집 ‘풍경보’를 내었을 때 필자의 시 ‘논개사당의 단청’을 칭찬하고는 “강희근이 작품 ‘논개사당의 단청’을 진주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더냐?” 이런 식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김상옥이 명편으로 암송을 하던 시인의 시 작품은 서정주의 ‘무등을 보며’였다.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의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그 곁에 차라리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 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이 시를 암송하면서 그는 “서정주의 인간됨은 잘 모르겠고, 어쨌든 그의 시는 귀신이야, 귀신이 쓴 것이야”하고 칭찬해 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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