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노동절 연휴의 ‘유커’관광과 관광진흥법
[경일시론]노동절 연휴의 ‘유커’관광과 관광진흥법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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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노동절 기간의 중국관광객 연휴관광과 관광산업 발전법안 개정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비슷한 시기에 끝났다. 연휴기간 동안 많은 중국관광객이 방문해 이른바 ‘유커(旅客)’ 특수로 쇼핑관광이 호황을 누렸다고는 하지만 전번만 못한 징후가 포착된다. 같은 기간에 공교롭게도 국회는 관광진흥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산회하고 말았다.

중국인 관광객 방한과 국회의 법 개정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관계가 있다. 그것은 관광은 아주 섬세한 감성산업의 환경 속에서나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시장의 호황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여부는 크게 보면 향후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작동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 예로 이미 중국 노동절 동안의 ‘유커’들의 매출신장률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그 징후를 설명해준다.

노동절 연휴에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에 37% 늘었고, 지난해 증가율은 65.3%에 달했지만, 올해는 20.6%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대신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중국인 관광객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중국춘절의 경우 일본을 찾은 ‘유커’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를 방문한 수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일본 엔저 효과도 있지만 소비세 면제대상을 확대하거나 비자발급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의 노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관광산업은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좋은 관광상품이란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시설기반 속에서 부드러운 감성서비스가 더해져야 한다. 한류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모처럼 관광 붐을 타고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호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잘 곳을 찾지 못한 방문객들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는 데는 숙박시설과 같은 부족한 관광 인프라로 인해 비약할 수 있는 관광발전의 기회를 가로막는 진부한 제도가 있다. 현행의 학교 보건법은 학교정화위원회의 허락을 얻어야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난 4년간 호텔건립이 부결된 사례가 서울에서만 76건이었다. 호텔 건립이 무산되어 잃어버린 일자리가 무려 4만7000개나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까지 우리는 호텔사업을 미풍양속이나 해치는 유해한 영업으로 취급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호텔을 사회적 정화 대상으로서 여겨야 하는가. 우리는 호텔에서 어르신 모시는 잔치에서부터 아이 돌잔치도 하고 결혼식도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의 잠자리뿐 아니라 업무차 찾아온 외국인들의 무역 상담과 박람회나 국제회의가 열리기도 하는 장소이다. 호텔을 나쁜 공간으로 여길 하등의 이유도 찾을 수 없다.

오랜 관습 중에서 여전히 고치지 못하는 나쁜 인습은 제도의 혁신만이 고칠 수 있다. 이번 노동절 기간의 중국관광객 방문 증가율의 둔화는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최근 중국인들이 관광을 한 주요 16개국의 만족도 조사도 꼴찌였다. 그러한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관광호텔을 술집 정도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있고, 그 밑바닥에는 진부한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노동절 휴가기간의 유커들의 한류관광 붐은 식어가고 있는데, 관광진흥법을 개선시키지 못한 채 국회가 산회하고 만 것을 보면 우리의 슬픈 관광현실을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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