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누손률을 살펴 봐야할 진해글로벌테마파크
[경일포럼]누손률을 살펴 봐야할 진해글로벌테마파크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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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굴뚝없는 산업’이라 불리는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 왔다. 세계관광기구(WTO)에 의하면 1950년 2500만명이었던 세계 관광인구는 2007년 9억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다국적 관광기업은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고급호텔과 리조트, 카지노를 건설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자체와 다국적 관광기업은 무지갯빛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손을 맞잡는다. 단체장은 지역 전체가 발전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다국적 관광기업에게는 조세감면과 부지를 싸게 장기임대해주는 등 구세주로 대접하고 수백년을 그 지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 내쫓기게 된다.

현재 경상남도가 2018년을 목표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의 284만㎡ 부지에 추진하고 있는 진해글로벌테마파크 부지에는 경남개발공사와 창원시의 지분이 대부분인데 일부가 의창수협, 진해수협 소속 어업인 생계대책부지이다. 경남에서는 필지분할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만약 부지분할이 돼 있지 않을 경우, 35억 달러의 외국 거대자본 앞에서 토지보상의 적정성 때문에 집단시위가 발생하면 국제적으로 큰 창피를 당한다는 것이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서 원래 주인인 주민들은 부지와 어업권 보상의 대상일 뿐 더 이상 주인대접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제 진해 웅동의 아름다운 바다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운명이다. 거론되고 있는 새 주인은 세계적인 영화사인 미국의 20세기 폭스사, 세계적인 테마파크 운영사인 호주의 빌리지 로드쇼사, 세계적인 부동산개발사인 미국의 블레이크 필드사, 중국의 푸싱그룹, 국오그룹, 분마실업집단유한공사 등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살펴보면 지역민 전체를 잘살게 해주지 않는다.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발리는 연간 190만명의 관광객으로 북적대면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 됐지만, 관광수입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져가고 원주민들은 춤추는 꼭두각시가 됐거나 빈민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사파리 관광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잠비아에서는 아예 주민들이 관광객을 만날 수조차 없다고 한다. 공항에서 곧바로 리무진을 타고 리조트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모든 소비생활이 이뤄지도록 돼 있다고 한다.

경남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되는 진해글로벌테마파크에는 폭스테마파크, 워터파크, 6성급 호텔, 카지노, 18홀 골프장, 극장, 아울렛, 해양레포츠시설, 리조트, 콘도미니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창원시가 2020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구산해양관광단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막연하게 우리들은 대규모의 관광단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조성되면 하다못해 지역에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개발의 성공여부는 수익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이다.

경남은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할 것이며, 이로 인한 1만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경제유발효과 5조원, 부가가치 2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무지갯빛 꿈을 제시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생업을 포기하고 정든 고향을 떠나는 주민이 빠져 있다. 잘못된 관광은 무지개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자연훼손과 공동체를 파괴한다. 따라서 현재 경상남도가 추진하는 글로벌테마파크 계획에 대해서 수익이 지역 밖으로 빠져 나가는 비율을 의미하는 ‘관광의 누손율’을 계산해 봐야 한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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