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상식과 기본이 통하는 대학
[아침논단]상식과 기본이 통하는 대학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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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근 전국의 국공립대학에서는 1963년부터 도입되었던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52년 만에 폐지되고, 새로운 대학회계에 관한 ‘국립대학의 회계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대회계법)’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여러 가지 진통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교육부의 정책을 보면서 대학에는 상식과 기본이 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재정회계법이 시행되기 이전 대학재정은 국고지원금으로 이루어진 일반회계와 기성회비로 이루어진 기성회계로 구분되었으나, 국립대 회계법은 이를 하나로 통합하였다. 과거 일반회계의 예산은 정부가 편성하고, 기성회계는 대학총장이 편성했지만, 통합된 대학회계는 회계의 편성·집행 권한을 총장에게 부여하였다. 대학회계는 대학의 모든 입출납을 포괄하기 때문에 총장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하여 재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도록 하였다.

국립대학 재정위원회는 대학이 자체규정에 따라 11~15명의 규모로 정하고, 일반직 위원과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된다. 일반직 위원은 위원회 구성 정족수의 과반을 넘어야 하고, 교수와 직원, 학생위원을 각각 2명 이상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학내 구성원의 참여가 명문화되어 있어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학본부가 학내구성원인 일반직 위원을 최소 6명만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대학본부의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를 일반직 위원에 포함시키면 학내 구성원의 참여라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반직 위원의 학내구성원 비율을 더 높여야 대학구성원의 의사에 기초한 자율적인 예산편성·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국립대 회계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기성회계에서 월정액 방식으로 지급되던 급여보조성 정액연구비가 폐지되고, 그 대신 교육·연구·학생지도비가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할 시행령 마련이 늦어지면서 그 지급 자체가 중단된 상태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바 있지만, 국립대 회계법이 교육연구비 지급대상을 ‘교직원’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첫 번째 입법예고에서는 이를 ‘교원’으로 한정하였다가, 두 번째는 교묘히 그 지급요건을 교수의 업무로만 한정하여 다시 직원을 배제시킴으로써 교수와 직원의 갈등만 부추겼다. 이로 인해 부산·경남지역 국·공립대학 교수의 월급이 매월 60만원부터 최대 200만원씩 3개월째 지급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하였다. 최근에는 다시 시행령을 완화하여 직원에게도 대학회계에서 교육연구비를 지급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은 세 번째의 입법예고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학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애초에 기성회비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을 학부모에게 전가시킨 것이며, 정액연구비는 국립대 교직원의 열악한 보수를 보전해 주기 위한 급여보조성 수당으로서 기본급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를 차등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리고 교육연구비의 지급대상 때문에 시행령의 입법예고를 번복하고, 이로 인해서 사상 초유의 임금체불 사태를 발생시킨 것은 명백히 교육부의 책임이다. 교육부의 역할이 대학의 분란을 조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학에 상식과 기본이 통할 수 있는 책임있는 정책을 펴주기를 바란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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