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에 대한 소고
'묻지마 범죄'에 대한 소고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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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신용보증기금 진주지점 부지점장)
이상일
며칠 전 일어난 묻지마 예비군 총기살인 사건을 접하면서 이제는 예비군 훈련 간 아들까지 걱정해야 하는 불행한 시대에 살게 되었다. 근래 수원, 진주, 울산 묻지마 살인사건과 유치원 교사의 이유 없는 어린아이 묻지마 폭행사건 등 일종의 ‘묻지마 범죄’를 접하면서 지금 우리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세상 살다보면 으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넘길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의 가족, 나의 이웃 중 누군가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감을 느낀다. 다만 나에게 닥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관심하고 방치하다면 언젠가 나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제는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다른 중범죄도 심각하지만 묻지마 살인과 폭행은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발생하기에 대책이나 준비가 전혀 없어 당하는 사람만 억울하고 분노해한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재해, 그것과 싸웠지만 현대인들은 인재(人災)와 싸우고 있다.

그동안 일어난 인재로 하늘에서는 비행기 추락사고, 바다에서는 배가 침몰하고, 땅속에서도 지하철 사고, 땅위에서는 다리와 백화점이 붕괴되었다. 그 밖에 매일 일어나는 화재나 교통 안전사고 등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언제 어디서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수없이 노출된 인재에다 예측 불가능한 묻지마 범죄까지 증가하고 있어 미래를 더욱더 불안하게 한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가족과 사람에 대한 인간관계가 황폐화되어 고독한 군중이 늘어나면서 이런 것을 탈피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로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 당국에서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손 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만은 없는 중대한 범죄이기에 모두가 공동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효과가 안 나더라도 장기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꾸준한 재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약자와 소외계층을 더욱더 끌어안고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이런 범죄가 줄지 않나 싶다. 제발 이런 이유 없는 묻지마 범죄에 희생되는 불행한 나라와 시대에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상일 (신용보증기금 진주지점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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