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로데오거리 "한때는 패션을 주름잡았다"
진주 로데오거리 "한때는 패션을 주름잡았다"
  • 임명진
  • 승인 2015.05.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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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원주와 함께 패션 3州 불려…대형매장 흐름에 지금은 명맥만
▲ 진주 중앙로 로데오거리

“그 당시 의류매장을 운영하려고 하면 너도나도 진주로 몰려왔지요. 진주에서 의류매장을 성공 못하면 다른데 가서도 성공 못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지요.”

홍 혁 진주 로데오거리 상인회장의 말이다.

홍 회장은 요즘 들어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한때 중앙로 일대는 100개의 점포중 70%는 의류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모습과 사뭇 다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옷가게로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휴대폰 매장이나 화장품, 음식점이 채우고 있지요. 거리풍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의류패션 1번지. 진주

진주는 한때 유명브랜드 업체들 사이에서는 충북 청주, 강원 원주와 함께 패션거리 3주(州)로 통했다. 10여 년 전만해도 지금의 중앙로 일대는 유명 브랜드 거리매장이 빼곡히 들어차 브랜드 경쟁을 벌였다. 브랜드 본사마다 진주에서의 판매경쟁에 사활을 걸 정도였다.

중앙로 일대는 진주시 대안동을 통과하는 4차선 도로인 중앙대로를 경계로 구(舊)종로와 로데오거리로 나뉜다. 의류패션 1번지 명성은 구종로에서 시작됐다.

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차 없는 거리, 길이 약 300여 미터 남짓의 이 길은 한때 캠브릿지, 반도 등 경남 최고의 브랜드 매장 거리로 통했다.

서울 등 대도시를 제치고 전국 1위 매출을 기록한 매장 등도 여럿 있었다.

이 거리는 여전히 갤럭시, 빈폴 등 의류매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편 거리에는 몇몇 아동복 매장이 눈에 띈다.

유동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사람은 중앙시장을 이용하는 길에 잠시 스쳐 갈 뿐이다.

구종로에서 30여 년째 갤럭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심인섭(72) 제일모직 갤럭시 진주점 대표는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을 최고의 번영기로 꼽았다.

심 대표가 운영하는 갤럭시 진주점 매장은 매출에서 전국 1위를 여러 번 했다. 비단 심 대표 가게뿐만 아니라 중앙로 일대는 기성복이나 숙녀복 매장에서 전국 상위권 매출을 올린 매장이 여럿 있다.

심 대표는 “80~90년대에는 물량이 달려서 직접 차를 몰고 서울 공장에 올라가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던 때도 있었다. 서울에서도 진주 판매 추이를 보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면서 “옛날이야기지만 구종로가 그만큼 패션 브랜드 메카로 이름을 날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성복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전 진주는 전국에서도 광주, 김제와 함께 중앙시장에 있었던 명성포목점 등 포목가게가 유명했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도 중앙시장에서 포목점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극장문화 발달…젊음의 거리로 거듭나

진주는 인구가 35만을 넘지 않는 중소도시다. 그런대도 전국 3대 의류상권으로 이름을 날렸던 것은 지역적 특색에 있다.

로데오거리는 진주에서 극장 문화가 발달하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구종로에 입성하지 못한 매장들이 차선책으로 길 건너 로데오거리로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영캐쥬얼 브랜드 매장도 하나 둘 들어섰다.

2002년께는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면서 로데오거리는 본격적인 호황기를 누렸다. 교육 도시인 진주는 인구 30만 명 중 학생 인구가 10만명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세대가 많다. 특히 진주에는 대학이 6곳이나 있어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더욱이 산청, 사천, 하동, 고성은 물론 멀리 통영, 거제에서도 주말이면 진주로 몰려왔다. 서부경남 인구가 100만 명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어지간한 대도시 못지 않은 소비력을 갖춘 도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주요 목지에 매장을 얻으려면 권리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진주에서도 가장 번성한 거리로 통하다 보니 옷가게를 하면 떼돈을 거머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홍 혁 상인회장은 “97~8년 당시에 로데오거리에서 커피숍을 운영했는데 2층에서 거리를 내다보면 인파들로 길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상권 흩어져 지금은 명맥만 유지

인구 30만 중소도시에는 절대 안 들어온다던 백화점이 진주에도 생겼다.

백화점 입주는 브랜드 대리점주에게 치명타였다. 특히 유명 브랜드 매장주들이 많았던 구종로의 타격이 컸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몇몇 브랜드 매장들이 이전하면서 상권도 자연스레 흩어졌다.

영캐쥬얼 브랜드가 많았던 로데오 거리도 영향을 받았다. 의류 매장 대신에 휴대폰, 화장품 등 잡화 가게들로 채워지고 있다. 의류가게도 유니클로나 보세 등 종전 개인 대리점주에서 중소회사들이 운영하는 법인 매장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홍 회장은 “백화점이 입주하면서 고급브랜드 매장의 타격이 컸다. 대신 다양한 품목을 갖춘 영캐쥬얼 브랜드는 그런대로 견뎌내면서 의류거리명맥은 아직 이어가고 있지만 기존의 대리점주는 업종을 포기하거나 정촌산단에 아울렛이 생기면서 그쪽으로 입점한 사람도 꽤 된다”고 말했다.

유통구조의 변화도 브랜드 매장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터넷쇼핑몰이나 홈쇼핑채널 등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다.

진주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또 다른 대형유통매장이 들어설까 걱정이다.

인근 상인들은 ”상권이 분산되면서 매장운영이 IMF당시보다 더 어렵다. 구도심인 중앙로 일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진주 중앙로 로데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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