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클레스의 칼'
'다모클레스의 칼'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9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정임 (생비량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문정임
다시 연산이란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대왕 세종보다 폭군 연산에 더 흥미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영화의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것 자체가 관심거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그런 역사적 비극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다각도로 재조명해보며 오늘날 우리 시대와 비교 분석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어지겠지만 기초는 그 시대 상황의 구성일 것이다. 그래서 제목도 ‘간신’으로 정한 것 같다.

“전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대신 “이런 날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옵니다”라며 가장 취약한 뇌관을 살짝 건드린다. 곧 터지게 장착된 문제적 성격의 권력자는 힘을 엉뚱한 곳에 쓰기 마련이다.

기원 전 4C 시칠리아의 시라쿠사 왕 디오니소스2세에게도 이런 신하가 있었다 한다. “온 나라가 태평하고 날로 번영하고 있는 것은 진정 전하의 홍복이시며 막강한 부는 지중해 전체를 사고도 남음이 있사옵니다.”, “고맙군. 짐이 그대의 충정에 감동하였으니 보답으로 연회를 베풀고자 하오. 모월 모일에 이곳으로 와 주시오.”

민주정으로 뽑힌 군주가 아닌 참주는 늘 정체성에 경계를 하고 있던 터라 현역 다모클레스를 궁중으로 초대해 왕의 자리에 앉혔다. 왕좌 위에는 한 올 말총에 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게 아닌가. 아첨하는 신하와 그것에 솔깃해 하는 왕이 아무리 역사에 자주 등장해도 나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자꾸만 동어반복되고 마는 게 정치다. 로마의 명 연설가 키케로가 인용해 유명해진 ‘다모클레스의 칼’은 유럽 회화에도 여러 번 다뤄질 정도로 흥미로운 일화로서 참주의 행복이 항상 위기와 불안과 함께함을 일깨워주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한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내게는 아무래도 왕의 멋진 신하교육 같아서 좋게만 들린다.

권력이라는 막강한 힘이 언제나 위기와 불안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고 정치를 하는, 조바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조심하는 정치가를 만나고 싶다. 한편 현대에는 정치 못지않게 경제상황의 아슬아슬함을 강조할 때 더 자주 인용되지만 어쨌거나 리더는 아첨과 충언을 구별할 탁월한 혜안을 지녀야 함은 물론이고 절제력 또한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임을 ‘간신’의 개봉으로 되짚어 보게 되는 즈음이다. 문정임 (생비량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