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국인…‘차이’ 인정하는 사회 됐으면”
“우리도 한국인…‘차이’ 인정하는 사회 됐으면”
  • 임명진
  • 승인 2015.05.19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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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인의날’…다문화가족의 희망메시지
▲ 진주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이 진주시 봉곡동에 소재한 (사)다문화가정 상호문화 나눔터 사무실에서 김광수 이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글쎄요. 한국의 포용지수는 100점 만점에 그렇게 후한 평가는 솔직히 아닌 것 같아요.”

19일 오전 진주시 봉곡동의 한 건물 3층 사무실. (사)다문화가정 상호문화 나눔터에서 만난 김홍매(40)씨는 조선족 출신이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벌써 12년차이지만 여전히 한국생활은 홍매씨에게 그리 녹록치 않아 보였다. 홍매씨는 “한국국적을 취득해도 중국동포라는 주변의 시선,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편견때문에 굳이 조선족 출신임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에는 결혼이민자여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문화를 가진 외국인 175만명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어떤 삶을 살며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한국요리를 정말 좋아해요. 나중에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공부하고 있어요.”

멀리 베트남에서 온 새댁 무티 구엔(34)씨. 한국에 온지 8년차인 그녀는 이제는 김서영이라는 예쁜 한국 이름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생활 8년차의 경력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서툴렀다. 일에 바빠 그동안 한국어 공부를 별로 못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한국어 공부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까닭은 자녀들 때문이다. 각기 6살, 8살 난 1남1녀를 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한국어를 빨리 익혀야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의 도전은 얼마전 검정고시를 통해 한국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서영씨처럼 최근 한국어 학력취득에 관심을 보이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늘고 있다.

한국생활 23년차인 허금옥(46)씨는 최근에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한국에서는 학력이 필수잖아요. 뭐를 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곳이 많으니깐 따고 싶었어요.”

금옥씨가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을 때는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기관이나 단체가 전무했다.

금옥씨는 “공부를 더 일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고졸 학력을 취득했다고 해서 대학까지 갈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진작에 공부를 했더라면 지금보다 한국생활이 더 나아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자녀들의 교육이다. 필리핀에서 온 새댁 테레사(39)씨는 11살 난 쌍둥이 딸을 두고 있다. 그녀는 한국 학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에 혀를 내둘렀다.

“학원을 몇개씩이나 보내고 학습지도 시키는 것을 보면 한국이 잘 사는게 다 부모의 교육열이 아닐까 싶어요. 당연히 저도 교육에 관심이 많죠. 하지만 아이들이 될수 있으면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는 정말로 원해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같은 필리핀 출신인 랄레인(33)씨는 “우리 아이들이 어릴때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한국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꿈꾸는 한국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김홍매(40)씨는 “아직 한국사회는 보이지 않는 편견과 장벽이 많다”고 했다. 일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마치 전체인 마냥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홍매씨는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새 삶을 꿈꾸고 있어요. 각자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한국사람으로 열심히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광수 이사장은 지금껏 무수히 많은 결혼이주여성을 만났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의 가정을 보면 경제난으로 곤란을 겪는 가정들도 많이 있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질 기회가 없다보니 가정도 당연히 안정되지 못하고, 결국은 해체되는 가정도 많아요.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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