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는 하십니까?
아침식사는 하십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15.05.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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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허표영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 처녀가 총각에게 묻는다. “아침식사는 매일 하십니까?” 먹는다고 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고 미팅은 끝난다. 기대하는 대답은 안 먹는다는 것이고, 그나마 빵이나 우유로 대체한다고 하면 다음 물음으로 넘어간다. 두 번째 질문은 ‘고향의 부모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효도 비슷한 대답이 나오면 그걸로 알았다고 하면서 처녀는 나가버린다. ‘부모는 부모고, 나는 독립된 존재다. 모든 것은 나 우선이다’라고 대답하면 다음 대화로 이어진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결혼을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요즘 젊은 여자들은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아침은 굶고, 부모는 내버려둬야 마음에 들어 한다는 통계수치를 보여준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닐 테지, 하고 위안을 해보지만 입맛이 씁쓸하다.

‘아침식사는 정승같이, 점심은 황제같이, 저녁은 거지같이’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속에는 비만을 경계하는 메시지도 들어 있지만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샐러리맨들의 아침은 어떠한가. 식사를 느긋하고 성찬으로 먹을 만한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쫓기듯 대략 해결해야 한다. 점심은 인근 대중식당이나 구내식당에서 적당히 해결하고, 저녁은 굶듯 하라는 지침을 따라야 한다. 영양실조가 염려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먹는 일이 어렵다. 먹을 것이 없어도 어려웠고, 먹는 방법이 간단하지를 않아서 어렵다. 학교에서도 급식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자기 방식이 옳다고 다투는 일이 됐다.

신랑 될 사람에게 아침밥을 굶도록 권장하고 있는 신부는 자기가 부모가 됐을 때, 제 아들에게도 아내가 시키는 대로 굶으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요즘 장가들 남자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 상대여자를 되도록 오래 붙들어 놓을 대답의 묘안을 짜내든가, 아니면 그런 요구에 응할 만한 삶의 자세를 가지든가. 어쨌든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가 돼야 요즘 여자들의 구미에 맞는 남자가 되는가 보다.

입맛이 별로 없는 날 아침에도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나가라며 아내는 상을 차려준다. 그 성화에 시달리는 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숟가락을 들어야 한다.

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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