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8>고교 졸업 40주년 기념여행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8>고교 졸업 40주년 기념여행
  • 경남일보
  • 승인 2015.05.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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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빠듯한 일정도 함께여서 좋다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8> 고교 졸업 40주년 기념여행 이야기

 
전주한옥마을
많은 꿈을 간직했던 고교시절, 그저 좋아서 어울려 잘 지냈던 까까머리 머슴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각기 흩어져 자기 몫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세월은 유수 같아 벌써 강산이 4번이나 변하여 환갑을 맞는다. 가는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푸념에 정감어린 친구 얼굴 한 번 더 보려는 마음이 통하여, 전국에 흩어진 벗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졸업 40주년 기념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사무국장의 노력으로 아카시아 꽃향기 가득한 신록 속의 오늘을 맞았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함께 숙박하는 모임으로는 마지막이 될 듯하여 무거운 마음도 없지 않지만, 무슨 일이나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모두 한마음으로 오늘을 더 멋진 추억의 장으로 꾸미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진주 서울 부산 창원 등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사정이 있어 오늘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또,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마음은 하나같아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진주 친구들의 참여도가 낮을 것 같은 걱정은 출발 당일 버스에 오르면서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고, 빈자리 없이 가득채운 기념여행 버스는 전주한옥마을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 진주-대전과 장수-익산 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진안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화창한 날씨 속 마이산의 기를 얻어 품고 한옥마을에 도착하였다. 1977년 한옥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된 전주한옥마을은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의 7만 6,320평에 700여 채의 전통 한옥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때 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은 뒤 성 안으로 들어는 일본 상인들에 대한 반발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현재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문화공간으로는 판소리 춤 타악 등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전주전통문화센터와 막걸리 청주 등의 제조과정을 관람하며 시음까지 할 수 있는 전주전통술박물관, 숙박을 하면서 온돌과 대청마루 등 한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전통 공예품을 전시하는 전주공예품전시관 및 명품관이 있다.

 
전주전동성당
주차장 앞에서 버스를 내려 한옥생활체험관 → 전북대학교예술진흥관 → 어진길 → 경기전 → 전주전동성당 → 교동아트센터 → 최명희문학관 → 태조로 → 한방문화센터 → 공예품전시관 → 전통한지원 → 전통술박물관 순서로 바쁘게 둘러보며 한옥마을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한 경기전은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신 본전과 전주 이씨 시조인 이한공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 조선의 여러 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예종의 탯줄을 묻은 태실 등의 유적이 있다. 한국 천주교 순교 1번지인 전주 전동성당은 1889년 프랑스의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보드네 신부가 성당 부지를 매입하여, 1908년 V.L.프와넬 신부의 설계로 건물이 완공되었는데, 호남지방의 서양식 근대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의 하나로 평지의 성당으로는 대구 계산동 성당과 쌍벽을 이룬다. 전주향교 등의 문화유적도 있는 전주한옥마을의 멋은 무엇보다도 한옥의 아름다운 지붕선에 있으며, 지붕자락이 살짝 하늘로 향해 있는 것이 한옥의 특징이고 멋이다.

제16회 전주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통 차와 사람의 물결로 가득한 전주시가지를 가로질러 성미당으로 간다. 성미당에는 먼저 온 친구들이 벌써 점심식사를 하고 있어 우리도 차례대로 자리를 하여 맛있는 전주비빔밥을 맞았다. 한옥마을에서는 그냥 콩나물국밥 초코파이 닭꼬치 비빔밥고로케 비빔밥만두 컵비빔밥 등을 눈으로만 즐기고 와 시장기가 밀려오는데, 이제 우리 진주비빔밥과 쌍벽을 이루는 전주비빔밥은 함께 먹는다. 넓은 홀에 우리 친구들 외 일반손님도 있으니 아마 수백 명이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먹지만 우리는 모두 육회가 들어간 전주전통비빔밥이다. 청포묵무침과 들깨버섯 돌나물생채 산나물 꽈리고추조림 메추리알조림 등의 밑반찬과 손이 닿으면 탈 것 같은 유기그릇에 담긴 비빔밥과 시원한 콩나물국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부족할 듯했지만 차려진 음식만으로도 넉넉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 행복했다. 식성도 다양하니 지역별로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한 후 내가 이런 음식을 먹었는데 이런 맛이 나더라는 얘기를 하며 맛의 고장 전주에서 나만의 맛있는 음식을 찾아 자랑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여운을 남기고 기념촬영을 한 후 내소사로 출발한다.

 
내소사 대웅보전
청보리가 피어나 온통 푸르름을 머금은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전라북도의 광활한 김제평야를 가로질러 내소사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을 함께 걸으며 옛이야기로 속삭인다. 내소사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 끼워 맞춰 지은 절이고,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건물 자체보다는 산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이 매력으로 꼽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는 한국의 5대 사찰 중 하나로 내소사를 꼽았고, ‘아름다운 숲’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었다. 보물 291호 대웅전은 화려한 단청이 있거나 커다란 건축물은 아니지만 수수한 매력이 있고, 정면 여덟 짝의 꽃무늬 문살은 연꽃 국화 해바라기 등의 꽃무늬가 문살에 섞여 있는데, 마치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낸 듯 잎사귀까지 표현한 나무 조각은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절 뒤로는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변산이 둘러쳐져 기묘한 암봉인 관음봉과 새봉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계곡과 직소폭포를 지나면 산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즐길 수 있다.
 
채석강

다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젓갈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곰소항을 찾았다. 여느 곳의 생산물보다 깊은 맛이 나고 쓴맛이 덜하다는 곰소염전의 천일염을 사용하여 만든 젓갈을 맛보며, 가게에서 제공하는 막걸리를 한잔하는 여유로움 속에서, 짜지 않으면서 입에 맞는 여러 가지 젓갈들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숙소인 모항해나루가족호텔로 향한다. 내변산과 외변산이 마주치는 지점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모항해수욕장, 우뚝 솟은 호텔주변에는 아담한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의 촬영지이기도 한 여기에서 여장을 풀어놓고, 고교시절 반별로 자리를 하여 먼저 뷔페로 저녁식사를 하며 그간의 정담을 나누고 여흥의 시간을 맞았다. 함께 어울려 요즘 인기 있는 바램 노래도 배우고, 반별 및 지역별 장기자랑의 흥에 겨워 아름다운 일몰을 보는 것도 놓쳤지만, 고교시절 그 시간으로 돌아갔던 타임머신을 되돌리며 시원한 맥주로 열기를 식히고 아쉬움의 밤을 보냈다.

이른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주변의 경치에 빠졌다가 간단하면서 개운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채석강으로 가서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 위를 걸으며,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것을 배경으로 사진촬영도 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채석강이란 이름은 당대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니, 주변과 어우러진 경치는 과히 뭐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새만금트레킹

이제 새만금방조제를 달려 군산으로 향한다. 새만금방조제는 길이 33.9km, 평균 바닥 폭 290m(최대 535m), 평균 높이 36m(최대 54m)로, 세계 최장 방조제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주다치방조제(32.5km)보다 1.4km 더 길다. 방조제 건설로 공유수면의 401㎢가 육지로 바뀌었는데 이는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이른다니 과연 장관이다. 소라쉼터에서 차를 내려 아리울예술창고까지 트레킹을 함께하며 우리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런 방조제를 만드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을 토로하며 길고긴 방조제를 끝까지 달려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군산 계곡가든으로 갔다.

잘 차려진 게장·꽃게탕정식을 만나보니 과연 좋다는 생각이 들어 멀어도 다시 오겠다는 확신이 선다. 음식은 차려주는 사람들의 자세에 따라서도 많이 차이가 나는데 여기는 모두 박자가 잘 맞아 기분이 좋다. 먼저 간장게장을 한입해보니 별로 짜지도 않으면서 은은하게 맛을 내는 것이 참 맛있다는 생각뿐이다. 어떤 친구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장은 처음 먹어봤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여도 그저 그렇겠지 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직접 담근 게장과 꽃게탕은 눈에 보기에도 맛있게 보이지만 입맛을 사로잡는 그 맛에 밥이며 술이 순식간에 술술 들어간다. 게장의 딱지에 밥 비벼 한 숟갈 호로록하니 끝까지 맛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후식으로 수정과를 마시며 친구들과 모두 함께하는 오찬을 마무리한 후 기념촬영과 함께 아쉬움을 포옹으로 달래고, 다시 또 이런 기회를 만들자며 각자 삶의 터전으로 향했다./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40주년 기념여행 맛길

 
전주전통비빔밥 -성미당

한옥생활체험관
곰소항
모항해수욕장


황태해장국
경기전
최명희문학관
태조로
게장 꽃게탕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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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11:15:24
시원한 느낌의 필체 눈으로 보는듯한 소개글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기사라기보다 한편의 움직이는 드라마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정도입니다 ㅎㅎㅎ오래전 글인것 같지만 그래도 한글 남기고 싶어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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