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가정의달, 그리고 가족의 자화상
[의정칼럼]가정의달, 그리고 가족의 자화상
  • 경남일보
  • 승인 2015.05.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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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연히 지금은 대학기숙사 생활로 바쁜 딸아이가 중학교 시절 빨래걷기 5회, 설거지 담당 5회, 어깨 주무르기 10회, 청소담당 5회 등 어버이날 선물로 받은 쿠폰을 보고는 그만 딸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한참 먹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2004년 2월에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건강가정이란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으로 정의한다. 가족 구성원은 부양·자녀양육·가사노동 등 가정생활의 운영에 동참해야 하고 서로 존중하며 신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가정은 어떠한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한 끼의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이고, 집은 오로지 저녁에 휴식만을 제공하는 장소가 돼버렸다. 더욱이 핵가족화로 세대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이고, 노인학대 가해자의 70%가 자녀와 배우자라는 통계자료는 우리 가정현실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큰 문제는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연장됐는데, 저출산으로 인구 균형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에 따르면 2026년이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국민의 20%를 초과하게 되며, 10년 전만 해도 8명이 한 사람의 노인을 부양하면 됐던 것이 앞으로 5년 후에는 4.6명, 35년 후에는 1.4명이 한 분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남녀 성 비율의 붕괴로 국제결혼이 많이 이뤄지고 단일민족의 개념이 상쇄되면서 우리 민족의식은 대전환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 뻔하다. 가정에 대한 인식변화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모습의 가족형태를 출현시키고 있다.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족, 재혼가족, 노인단독가족,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에서 우리는 ‘가족이란 무엇일까’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가족 희생을 당연시하는 경쟁적 환경, 가족 행복이 물질에 비유되는 물질만능주의, 가족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경직된 문화, 입시지옥 등 이러한 저해요소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가족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기업, 학교,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다양한 가족의 삶을 존중하는 가족친화적인 환경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건강가족기본법’을 비롯해 ‘가족친화사회환경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면서 우리사회에서도 가족의 관심이 증가하고 정책적 개입도 커져가고 있다. 또 지역마다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세워져 부모교육, 가족상담, 공동육아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다.

가정은 우리 모두 삶의 원천이고 희망이며, 가족구성원의 성장동력이다. 또한 건강한 가정은 우리사회의 토대이며 국가의 목표이다. 가정의 달, 오월이 이제 얼마 남질 않았다. 우리의 가정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머지않은 날에 우리 곁으로 밀려올 사태에 대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개인의 배려도 중요하지만, 정부차원의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눈앞의 현실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우리 모습도 중요하다.

 
양해영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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