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시단
[주강홍의 경일시단] 달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5.31  19:30:3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강홍의 경일시단] 달 (도경회 시인)


보리누름에는

배고픈 달이 뜨곤 했다

끊겼다 이어졌다 먹뻐꾹 울음소리 까칠해질수록

금간 독에 물 빠지듯 쌀독에 쌀 비어가고

빈 가슴 가득 뻐꾹새 목쉰 울음만 출렁거렸다

저녁 어스름이 목에 메이던 나

먼 우물 길어다

물드무 넘치도록 찬 샘물 무었다

아린 목젖 스쳐오는 바람소리에 하염없이 허기 털어내던

여윈 물외꽃

아우를 닮아 빈혈을 앓았다

하얀 찔레꽃 송이송이 저며드는 밤

자물리는 보릿고개 접질러진 윤사월 뻐꾹새 먹빛소리

오늘도 배고픈 달이 뜬다

-------------------------------------

*보리는 아직 덜 익었고 독 바닥은 바가지 닿는 소리만 요란한 보릿고개 시절, 뻐꾹새도 사연을 아는지 더 슬프게 울어 초승달도 주린 배를 움켜지고 가지 끝에 걸리었다.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저 가난의 우물로 부황기를 달래든 유년, 찔레꽃도 빈혈로 피었다. 전설이 되었고 옹골지게 사리로 남았다. 시로 남았다. (주강홍 시인)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