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문화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의정칼럼] 문화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 경남일보
  • 승인 2015.05.3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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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문화가 선진국의 척도가 된 지 오래이지만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를 즐기는 일에 대해서는 먹고살 만하니까, 혹은 시간이 남아 즐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영화 한 편, 책 한 권 읽을 시간조차 없는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유엔 조사기준으로 연간 0.8권에 그쳐 166위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15세 이상 국민 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10명 중 4명이 넘을 정도라고 하니 우리의 독서열은 낙제점에 가깝다. 이런 결과를 수치로 확인하고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기본정보는 가지고 대화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필자는 지난 연말 미국에서 초연돼 신드롬을 일으킨 뮤지컬 ‘레베카’를 볼 기회가 있었다. 레베카는 1938년 대프니 듀모리에에 의해 탄생했으며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후 알프레드히치콕이 영화화해 공전의 히트를 친 동명의 영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뮤지컬의 명작이다.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을 맡은 이후 전문지식 부재의 현실을 절감하고 열악한 지역문화 저변의 대안마련을 위해 한 해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공연장을 찾았다. 2013년 한국 초연 당시 원작자 미하엘 쿤체는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다’라고 했을 만큼 배우 개개인의 역량은 출중했으며 관객의 전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무대에 오르는 대부분의 작품 원작이 유럽과 미국이라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그야말로 창의력의 부재라 아니할 수 없다.

영국에서 생산돼 뉴욕에서 꽃을 피운 뮤지컬은 미국인들의 창조성과 상업성, 문화마인드가 결합돼 찬란하게 피어났다. 뉴욕은 단순히 돈이 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가 모이는 곳이기에 지금처럼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단순히 그림 몇 개를 사들이고 문화를 아는 기업인 체하며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문화인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문화결핍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만 문화경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속 있는 문화경영, 그리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마인드를 고쳐 다양함을 포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창의력의 부재가 순환되고 결국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부만 맴도는 어중간한 위치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에게 유연한 방식으로 타 문화를 수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개개인이 아무리 문화마인드를 갖춘다 해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희박해서 이런 풍토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콘텐츠는 이제 현대사회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산업분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이제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문화콘텐츠 개발과 시스템을 구축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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