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9> 경기 성남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9> 경기 성남
  • 경남일보
  • 승인 2015.06.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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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시골장터 맛도 정도 한 상 가득
남한산성

성남시는 중앙에 탄천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 시를 양분하고 있으며, 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평야지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산지로 북동부는 청량산과 남한산성이 가파른 고개를 이루고, 그 남서쪽 기슭으로부터 중앙저지까지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산성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9-1번 시내버스를 타고 남한산성으로 올랐다.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의 방어를 위하여 쌓은 산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 신라 주장성의 옛 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에 주봉인 해발 497.9m의 청량산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연주봉, 동쪽으로는 망월봉과 벌봉, 남쪽으로도 여러 봉우리를 연결하여 성벽을 쌓아 바깥쪽은 경사가 급한데 비해 안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방어에 유리하면서도 적의 접근은 어려운 편이다. 이렇게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게 인정되어 2014년 6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신규 등재됐다.

하산길에 산성으로 오르는 차량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아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환승으로 길을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도심에서 열리는 후끈한 5일장인 모란민속오일장으로 간다. 모란이라는 이름은 1960년대 성남 일대의 황무지를 개간하면서 붙인 지명으로, 닷새마다 열리는 모란장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4·9일에 열리는 모란민속오일장에는 없는 물건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이렇게 파는 물건만큼이나 사람들도 많아 도심에서 즐기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옛 시골장터의 냄새가 물씬 품기고, 사투리가 섞여 떠들썩하고 정이 넘쳐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오늘 점심식사는 야탑역 주변에 있는 메밀정에서 먹기로 하고 버스에서 내리니 성남을 잘 아는 사위가 우리를 반긴다. 함께 메밀정에 들어서니 ‘저희 매장은 주문 후 반죽하여 메밀면을 삶기 때문에 약 10분이 소요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조금 기다려 먹어도 참 좋겠다는 확신을 하며, 메밀보쌈정식에 동치미막국수와 비빔막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리니 먼저 보쌈이 나온다. 노릇노릇 구워진 감자전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워 맛이 좋을 것 같다. 이어서 메밀함량이 풍부한 동치미메밀막국수와 비빔을 내어와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안내하여, 맛을 보며 시원하게 먹은 후에도 칼로 툭툭 얼음을 깨어 항아리에 담아준 동치미육수로 때 이른 더위를 쫓았다.

메밀정을 나와 잠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성남FC의 홍보를 위한 가위바위보 게임에 참여하여 모자를 상품으로 받아쓰고 율동공원으로 향한다. 율동공원은 1999년 8월 30일에 호수와 잔디밭 야산 등 원래의 자연을 최대한 살려 개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경치가 아름답고 다양한 레저시설이 있어 새로운 충전을 위한 휴식의 공간으로 최고다. 특히 번지점프대는 국내 최대 높이(45m)를 자랑하는데, 율동호수를 내려다보며 곧장 뛰어내리도록 시설되어 있어 점프장면을 관람하기 위하여 찾는 관광객도 적지 않으며, 텔레비전 연예오락 프로그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수생식물이 어우러지는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호젓하게 걸으며 뛰어들어 물놀이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쯤에 공원을 상징하듯 높이 솟은 번지점프대가 눈에 들어온다. 공원 최고 경관을 배경으로 4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번지점프로 호수에 빠져들 듯 뛰어내리는 담력스포츠에 도전하려고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리니 오늘은 이런 도전조차 거부하는 날이라니 아쉬움의 발길을 돌린다. 번지점프대 가까이에는 조각공원과 어우러지는 국내 최초의 책 테마파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기하학적 모습의 미디어실과 시청각실 자료실 등의 전시공간에서 책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읽는 책에서 즐기는 책으로 사람들의 사고를 전환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찻집에 들러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원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차로 열기를 식히며 잠시 휴식을 한 후, 중앙공원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정류소로 갔다. 하지만 도심에서 벗어난 곳의 정류소를 그냥 지나치는 버스가 많아 새삼 세심한 배려와 아량이 필요함을 느끼며 힘차게 중앙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영장산 자락에 조성된 중앙공원은 기존지형 및 수림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수목을 새로 식재하여 향토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는데,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단 없는 육교와 투수콘포장 산책로를 설치하여 이용에 편리하도록 꾸며져 있으며, 공원을 가로지르는 분당천을 유입시켜 경주 안압지와 비슷하게 전통미를 살린 호수와 경복궁 경회루를 본뜬 정자가 시대를 초월하는 멋진 모습으로 다가와 참 좋았다.

공원길을 걷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벌써 해거름이다. 주변의 한국토지주택박물관 마이크로박물관 한국잡월드 등을 둘러보며 체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기고, 여러 차례 방문하여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체험한 한국잡월드에서 “큐! 뉴스를 전해드리겠습니다”같은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생각했다. 아나운서 방송기자 연기자 촬영기사의 역할을 나눠 뉴스제작과 스타쇼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체험의 기회를 통하여 방송을 만드는 제작에서부터 실제 아나운서까지 학생들이 맡아서 각자 역할을 수행하는 체험이었기에, 막연히 그리던 방송현장을 실제 경험하면서 미래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기회를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잘 다듬어진 탄천을 가로질러 정자동카페거리를 걷는다. 길가를 수놓은 꽃집과 거리로 나온 테라스, 카페에서 피어나는 커피향과 여유로운 모습은 유럽의 어느 동네의 모습이다. 브런치 맛집 스톤월로 가서 튀긴 닭가슴살 그린샐러드, 크림파스타 까르보나라, 토마토소스 해물파스타 링귀네, 4가지 치즈가 들어간 피자 콰트로포마지 등으로 성남에서의 저녁을 맞았다. Brunch라는 단어는 미국 식당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아침과 점심의 병용식사로 Breakfast의 Br과 Lunch의 Unch로 만들어진 새로운 말로, 12:00 점심시간 전까지 식사를 제공하는 아침이나 점심보다는 약간 가벼운 식사를 뜻하며 시간과 식사형식도 중간에 해당된다. 우리는 Brasserie(별로 비싸지 않은 프랑스풍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로 저녁식사를 넉넉하게 즐겼지만, 지하철과 시내버스로 이동하여 너무 많이 걷고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힘은 들어도, 천천히 기다리며 즐긴 성남에서의 하루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남한산성 지도
성남맛길

 
행궁
수어장대
중앙공원
정자동 카페
까르보나라와 링귀네
닭가슴살 샐러드
막국수
메밀정 보쌈
모란시장
책 테마파크
콰트로 포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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