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농사도 공장에서 지을 수 있다
[경일포럼] 농사도 공장에서 지을 수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6.07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남창 (농학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몇 년 전부터 필자는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장소에 자그만한 텃밭을 만들어 고추, 오이, 가지 등의 채소를 가꾸기 시작하면서 주말을 기다리는 재미로 생활하고 있다. 고구마 모종을 심고 난 오후에 완전히 풀이 죽어 쓰려져 있는 모종에 충분히 물을 주었으나 도저히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아 며칠간 아침 출근 전에 텃밭에 달려가 고구마 모종에 물을 주고 난 후 출근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오후에 약간의 비를 맞고는 고구마 모종이 쌩긋 쌩긋 웃으면서 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자연의 경이로움을 터득한 좋은 기회가 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식물 재배가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고부터는 ‘내 자신도 기후변화 대응에 일조하고 있다’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특권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안정적인 식량 확보 차원에서 새로운 농사기법 도입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심각한 기후변화는 기온, 강수량, 일사량 등을 변화시켜 농업의 생산성을 약화 시키고 있다. 기온이 1℃ 상승하면 우리나라 농가의 농업 총수익이 ha당 260 ∼ 400만원 감소 한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소 연구보고도 있다. 또한 이상 기후에 의한 집중호우, 초대형 태풍, 지속적인 가뭄 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노지재배가 타격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어 식품가격이 급격히 변동하는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 및 지속적인 식품공급의 차원에서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 개념이 새로운 농사 기법으로 도입되고 있다. 식물공장이란 식물을 시설 안에서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 재배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계절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연속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식물공장 연구는 1950년대 북유럽에서 시작되었으며, 미국을 걸쳐 현재에는 일본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비닐하우스 재배 방법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식물공장은 태양광을 LED 등을 이용한 인공조명으로 대체, 공기는 인공적으로 CO2 주입, 온도는 공기조절기로 유지, 토양은 양분을 포함한 배양액으로 대체, 이 외에도 환경제어시스템과 로봇자동화기술을 이용한 무인생산시스템도 도입하였다. 따라서 기존 재배방식보다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식물공장은 차세대 녹색산업으로 육성되어 새로운 영농기술을 확립하고, 관련 하이테크 기업의 기술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식물공장 기술을 이용해 빌딩을 녹색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 근교 또는 도심 속에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이 식물공장의 장점이다. 도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거리가 짧아 유통 기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식물공장은 실내 농업이기 때문에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날씨와 상관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생산량 증대와 안정적인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시설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설비 및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신 농사기법으로 농사도 공장에서 지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텃밭에서의 즐기는 필자의 즐거움은 어디에서 보상 받아야 할까?

 
박남창 (농학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